***송연 글***/수상기

민족통일의 불씨

是夢 2006. 9. 1. 10:37
 

                 민족통일의 불씨

                                  

            鄭  時  植(대구시 서구 부구청장)


  1995년 11월 10일 10시 30분, 민족통일 서구 협의회와 창녕군 협의회가 자매

결연을 맺는 날이다. 서구 회원들과 전세버스를 타고 부곡으로 향했다. 2차선의 구마고속도로가 4차선으로 탈바꿈하여 체증과 사고로 얼룩진 오명을 씻을 수 있게 되어 반가웠다. 부곡으로 들어가는 영산 인터체인지에서 창녕군 협의회 회원의 안내를 받아 회의장인 부곡 하와이에 도착하여 양 협의회 회원들과 창녕군수, 경찰서장이 함께 자리를 하여 자매 결연식을 가졌다. 자매결연의 추진경과 보고와 기념품 교환에 이어 양 협의회 회장의 환영사와 인사, 그리고 창녕군수의 격려사에 이어 나의 축사 차례가 되었다.


  출발할 때부터 축사의 포인트를 어디에 맞출까 생각하느라 차창 가의 가을풍경을 건성으로 보다가 창녕이 가까워지면서 화왕산의 자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서야 이 지역이 영남일원에서는 경주 다음가는 고도라는 것과 임진왜란 때 의병장인 망우당 곽재우 장군이 머리에 떠올랐다. 가야문화와 신라문화의 융합, 임진왜란을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 고장과 대구 서구 민족통일 협의회의 자매결연의 의미가 매우 크다는 생각에 미쳤다.


  단상에 오르니 백여 명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양 협의회의 자매결연을 축하하는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는

  “저는 이 창녕을 매우 사랑합니다. 그래서 철이 바뀔 때마다 시간이 나면 화왕산을 찾아 아름다운 억새를 베고 누워 망우당의 충절을 생각합니다. 백척간두에 선 조국과 민족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초야에 묻혀 지내던 무관(無冠)의 선비가 칼을 집고 몸을 일으켜 의병장이 된 그분의 높은 기개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충성심을 나의 공직관의 본보기로 삼고 있습니다.”

라고 창녕이 충절의 고장임을 강조하여 내가 이 고장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알림으로서 참석자들의 귀를 나에게로 집중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고장은 가야문화를 찬란하게 꽃피운 전통문화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나는 몇 년 전에 영남지방의 문화를 사랑하는 몇몇 친구들과 이 지방의 문화유적을 탐방한 적이 있습니다. 교동(校洞)과 송현동(松峴洞)의 고분군을 보고는 마목산(馬牧山) 아래로 펼쳐진 비화가야국(非火伽倻國)의 찬란한 문화를 연상하였습니다. 그러한 유적이 고분군뿐만 아니라 왠만한 큰 도시에도 없는 창녕박물관에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유서 깊은 문화 도시임을 강조하여 이 지역 지도자들의 자존심을 높여주고는

  “이 지역의 찬란한 철기문화가 신라문화와 융합하여 삼국을 통일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신라인인 태종무열왕이라는 영명한 군주와 가야출신인 김유신장군이라는 거목의 만남이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룩하였던 것입니다.”


  이제 과거의 역사적 사실에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우리 서구 비산동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의 동검(銅劍)이 국보로 지정되어 국립박물관에 귀중하게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대구의 문화 중심지임에 틀림없는 서구의 민족통일 협의회와 비화가야의 옛 도읍인 창녕군의 민족통일 협의회와의 자매결연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매듭을 지을 때가 되었다.

  “오늘 이루어진 양 협의회의 자매결연이 1,300여 년 전 신라문화와 가야문화가 융합하여 삼국을 통일했듯이, 50년 간 분단된 7천만 민족의 염원인 ‘민족통일의 불씨’가 되어 남북통일이 이루어지기를 이 자리에 모이신 모든 분과 함께 간절히 기원합니다”

 

  끝을 맺으니 박수소리와 함께 이상한 열기를 느낀 것은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담긴 마음의 일치라고 생각하면서 단하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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