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글***/수상기

새 즈문 해를 맞으면서

是夢 2006. 8. 30. 17:57
 

새 즈믄 해를 맞으면서

 

청운의 뜻을 품은 3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모여 우정을 다지고자 만든 청우회가 어언 4반세기의 세월이 흘러 耳順을 바라보는 장년으로 성장하여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20세기 후반인 1975년도에 태동한 청우회가  성장하는 과정에 자연의 섭리를 거부하지 못하여 먼저 간 회원, 대구를 떠난 외지회원,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이 여의치 못하여 휴면한 회원도 있으며, 그럴 때마다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새 회원을 영입하여 회의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초기에는 사회의 초년병으로 아직도 연약한 뿌리를 내리느라 앞 뒤 돌아볼 겨를이 없었으나 그런 가운데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년소녀가장을 돕기도 하고 수재민 의연금도 내어 사회를 위한 봉사도 하였다. 그러나 회원 상호간의 친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강좌를 개설하여 교양의 폭을 넓히고 전국 각지의 명산과 문화유적을 탐방하면서 심신을 단련하고 우의를 다지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 때로는 통음을 하면서 젊음을 발산하느라 밤을 지세운적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서 사회를 배우고 우정을 다져 성장의 가도를 달리기도 하고 가끔은 실패의 구릉에서 좌절하여 재기의 발판을 다지기도 하였다.

 

  60년대 후반 조국근대화의 기치를 들고 사회에 뛰어 들어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등장한   우리 회원들은 이제 각자 맡은 소임에서 정상을 밟고 넘어선 자도 있고 정상의 직전에서 정상의 고지를 향해 최선을 다 하는 회원도 있다. IMF라는 복병을 만나 중도에서 좌절한 회원도 많이 있다. 그러나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세상을 탓하기보다는 현재의 위치에서 스스로의 자리 매김을 할 때가 되었다.

 

   청우회 회원으로서 한 세기를 보내고 새 즈믄 해를 함께 맞이하는 뜻은 크고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난 한 세기 국권을 잃어버린 치욕의 세기에 우리들은 이 세상에 태어났고, 또한 국권을 되찾고 조국을 근대화하여 세계의 열강을 향해 도약한 세기에 우리들은 조국 근대화의 주역으로서 함께 살아왔고, 이제 가슴 설레는 미지의 세계 새 즈믄 해를 함께 맞이하게 되었으니 또한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1999년 12월 31일에 뜨는 해와 2000년 1월 1일에 뜨는 해가 다를 리 없건만 위대한 자연의 섭리에 인간이 의미를 부여하여 지나가는 천년과 새로운 천년을 차별화 하고자 온갖 부산을 떨고 있다. 2000년의 첫 해가 뜨는 자리를 놓고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 서로 다툼을 하다가 퉁가라는 왕국은 섬머 타임을 실시하여 아예 해 뜨는 시간을 한 시간 당겨버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울산, 정동진, 호미곶, 강릉, 해운대가 해맞이 경쟁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도 묵은 천년을 보내고 새 천년을 맞이하는 제야의 행사를 새로이 단장한 국채보상공원에서 가지게 되며, 앞산 산성산에서는 아침 7시경 새 천년의 해를 맞이하는 행사가 있다고 한다.

 

  나라 안팎에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행사가 다채로운 만큼 그 의미도 크다 할 것이다. 이러한 때 청우회도 새로운 천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한번쯤 짚어보는 것도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지나온 세기를 살아온 세월이 60년에 가깝다면 새로운 세기를 살아갈 세월은 그 반에 미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백수를 넘길 회원도 있겠지만, 살아있다는 그것보다는 살아 있는 동안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얼마나 건강하게 보람되게 살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첫 번째의 과제는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한다. 건강의 관리는 알맞은 운동을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운동이 중요하다고 어느 날 갑자기 무리하게 한다면 이 것은 아니함만 못하다.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의 보람된 삶을 위해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할 때다.

 

  두 번째의 과제는 자기 취향에 맞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면서 자기 일을 가진 사람은 조기퇴직이 없으니 이 문제는 당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회원들 중에는 조기퇴직 하거나 중간에 사업을 그만 둔 회원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자기 일을 잃어버린 회원들은 새로운 일거리나 취미생활을 가져야만 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 특히 선비들은 평생 동안 자신의 인격 연마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러한 우리 조상들의 훌륭한 정신을 이어받아 그 동안 못 다한 취미생활, 하고 싶었던 분야에 심취하면서 조상의 슬기를 배워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인격연마에 관심을 가지는 여유가 필요하다.

 

  세 번째,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긍휼(矜恤)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남을 도운 것보다는 남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경우가 더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우리는 각자가 처한 형편대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남을 돕는 일은 반드시 물질적인 도움만이 아니다. 오히려 물질보다는 따듯한 정을 주는 보살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꺼번에 큰 것을 베푸는 것보다는 쉬운 것부터 조금씩 베푸는 것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소외된 우리들의 이웃은 인정에 메말라 있다. 이 메마른 사회에 작지만 따뜻한 온정을 베푸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찾자.

 

  네 번째, 새 천년은 정보화의 시대,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는 정보화 시대의 총아인 컴퓨터를 알아야 한다. 컴퓨터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컴퓨터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짜는 것은 어렵지만 이용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마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운전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컴맹을 면하여 정보의 바다를 헤집고 다닐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지자. 문화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와 경북은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문화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틈틈이 청우회가 해온 문화유적탐방에 관심을 가지면 훌륭한 문화마인드를 가지고 새 천년을 맞이할 수 있다.

 

  다섯 번째, 청우회의 영속성에 대해서 지금쯤 생각할 가 되었다. 회원의 자연 수명은 유한한 것이다. 1961년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기생의 모임이라는 제약 때문에 젊은 회원을 지속적으로 영입하지 못하여 자연 소멸되게 되었다. 이대로 소멸시킬 것인가? 아니면 후세들에게 대물림을 할 것인가를 과제로 선택하여 회원 모두가 심사숙고하여 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 세기를 보내고 새로운 천년을 맞으면서 좁은 소견으로 회원들의 공동관심이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나의 소견이 전부 옳다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청우회라는 울타리로 맺어진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자 모든 회원이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천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여 보다 더 가치 있는 청우회를 가꾸어 가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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