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글***/수상기

지명의 마루턱에서

是夢 2006. 8. 30. 18:04
 

                     知命의 마루턱에서

 

                                               鄭  時  植 회원(대구시 종합복지회관 관장)


  며칠 전 회관 강당에서 가진 노인대학 졸업식에 참석하여 사회 현역에서 퇴진하여 여생을 알차게 보람 있게 살아가고자 애쓰시는 분들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나의 마음은 착잡해지며 일손이 잡히지를 않았다. 그냥 멍하니 春雪이 쌓인 앞산만을 바라볼 뿐----

 

  이날의 졸업식은 30년 전 우리들의 3월 졸업식을 생각게 한다. 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너무나 애틋하게 불렀던 그 노래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영원한 이별이 아닌 다시 만남을 기약하는 기약의 노래가 자꾸만 자꾸만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六旬이 넘으신 노인대학 합창단의

  “서편에 달이 호수 가에 질 때면 --- 친구 내 친구 어이 이별할거나 친구 내 친구 잊지 마시오”라는 「친구의 이별」곡의 애잔한 노랫가락과 졸업식장의 분위기 탓일까? 아니면 그 날의 기약의 노래가 빛바랜 느낌으로 다가와서일까?

  우리도 이제 세월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어 知命의 마루턱에 올라섰다. 아직은 각 분야에서 맡은 직분에 열심히 뛰고 있으나 노인대학을 졸업하는 분들의 처지가 눈앞에 다다랐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의 나약한 마음 탓일까?

 

  청우회 회원은 고교졸업 3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느라 각 학교 동창회마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들어 알고 있다. 나도 그 한 부분을 맡아서 옛 은사님을 찾아 원고를 부탁드렸다. 졸업 후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죄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에게 선생님은 제자의 목소리만 들어도 반갑다 하시며 인자하게 반기셨다. 옛말과 같이 역시 사랑은 내리 사랑인가 보다.

 

  이번 30주년 기념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한 세대 세월의 마디를 넘겨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행사로 남았으면 한다.

  이제 앞만 보고 뛰지 말고 가끔은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면서 삶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耳順이 되기 전 나를 길러주신 부모님과 조상을 찾아뵙고 친지의 안부도 챙기면서 꿈 많은 소년시절에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가장 많은 가르침을 주신 은사님도 찾아뵈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겠다. 그리고 매사에 품위를 잃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남기를 소원해본다. 


                                                        청우회지 199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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