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펼친 나날들
작년 6월, 근로자 2백여명이 두류공원에 모여 제1회 근로문예백일장 글 잔치를 마련하고 시, 수필, 편지글, 생활수기 네 부분의 당선작 50여점을 모아 『꿈을 펼친 나날들』이라 이름 짓고 창간호를 이 세상에 내놓았다. 『잘살고 잘 먹고 안일하게 지내는 사람들보다 몇 배 이상으로 값진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삶의 내면세계를 심사평처럼 삶의 진실을 가식 없이 솔직하게 표현한 신선한 작품이라고 격려가 쏟아져 책을 만든 보람을 느꼈다.
10대에서 50대 후반까지 각양의 세대와 기업체 생산직에서 택시기사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뛰는 다양한 직종의 근로자들이 싱그러운 6월의 하늘 아래에서 한자리에 모여 나무그늘에서 스탠드에서 복도에서 신문지를 깔고 엎드려 열심히 만든 작품들이기에 더 값진 것인지도 모른다.
50대 근로자의 『일곱 발의 예포』는 물려받은 일곱 마지기 논을 庶兄의 치료비로 팔아 한 생명을 살리고는 대구로 나와 근로자로 15년간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 저축한 돈으로 고향의 논을 다시 사들인 가슴 찡한 생활수기로 그 후 어느 일간지의 대상을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우리 근로자들에게 물질적 풍요만을 꿈꾸지 말고 정신적 풍요를 가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자아를 개발 할 수 있도록 문예반을 만들었더니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기 시작했다.
또한 이 문예반이 중심이 되어 백일장도 열고 문예지도 만들어 펴냄으로써 근로자들에게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작업에 뜻을 같이해준 友邦住宅의 도움을 받아 6월 28일이면 두 번째 글 잔치를 맞게 된다.
올해도 근로자들의 구김살 없는 삶을 그린 진솔한 작품들을 기대하면서...
(매일신문 1992.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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