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글***/매일춘추

전 방위 가족

是夢 2006. 6. 13. 18:46
 

全 防衛 家族

지난해 5월 하나뿐인 자식이 소집영장을 받고 향토사단에 입영하던 날, 부대 입구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서던 마음은 아무리 대범스러워지려 해도 안쓰러워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넋 잃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련 가?

4주간의 훈련을 마치던 날 아내와 함께 면회를 갔다. 그 동안 익힌 제식훈련과 태권도 시범을 보면서 검게 탄 얼굴에 제복으로 분간키 어려운 수백 명 가운데서도 키 크고 안경 낀 모습을 찾아, 내 자식이려니 하고는 어둔한 녀석이 제법 잘 한다고 훈련의 효과에 만족스러워 했으나, 나중 태권도 동작이 민첩하지 못해 내무반을 지켰다는 소리를 듣고는 失笑를 금치 못했다.

대학 2년 동안 같은 방향이라 승용차를 함께 타자고 했으나 굳이 마다하고 버스로 등교하는 고집이 기특하기도 하고 요즘 아이들 같지 않아 걱정스럽기도 하더니, 防衛兵 출근 첫날, 6시 출근에 맞추려고 5시에 아내를 깨워 밥을 짓게 하고 40분에 자동차 시동을 걸어 놓고 기다리고 있어, 우리 세 식구는 그 날부터 지금까지 全 防衛 家族이 되고 말았다.

하나 자식이라 궂은 일, 힘 드는 일 모르고 자라다가 부대 내의 온갖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는 신병생활이 매우 고될 텐 데도 근무 중에 일어난 일은 일체 말하지 않는 과묵함을 나내는 칭찬하면서도 내놓은 빨랫감과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지는 정도를 보고 하루의 일과를 짐작하며 애를 태운다.

이병에서 일병으로 진급하면서 부대생활의 적응도 좋아지고 집안 청소도 도우며 힘 드는 일도 곧잘 해낼 줄 아는 군인으로 성장해감을 보면서, 마음 여린 아내나 내가 가르치지 못했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내할 줄 아는 교육을 시켜준 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대하는 날까지 全 防衛 家族의 역할을 자랑스럽게 하기로 마음을 다진다.


(매일신문 1992.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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