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지금은 대구에 편입된 문양에서 태어나 대학 4년을 수원에서 유학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대구에서만 살아온 대구 토박이임을 자처하는 나다.
직장도 외골수로 대구시청을 36년간 맴돌다가 정년 1년 6개월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명분으로 서구청 부청장을 마지막으로 명예퇴직을 하고는 몇 개월 어정거리다가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실무책임자로 근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 12월 20일 42년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퇴임하였다.
요즈음 ‘사오정’이다 ‘삼팔선’이다 하면서 조기퇴직을 당하는 삭막한 시대에 60대 중반까지 직장에 명줄을 달고 있었으니 나로서는 행운아요 젊은이들에게는 주책없이 질긴 명줄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만하다.
주위를 돌아보면 동기들이 비교적 안정적인 초중고 교사직에서 물러 난지 오래고 65세 정년인 대학의 교수가 금년부터 퇴임 소식을 전하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도 2세에게 경영을 맡기고 후견인으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으니 나는 직장에서 물러나는 것에 미련이 없다. 오히려 진취적인 생각보다는 하루하루가 탈 없이 지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은연중에 자리 잡는가 하면 때로는 굴레를 벗어나 자유인이 되고 싶은 생각이 문득 문득 나기도 했다는 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일전에 고등학교 은사님을 찾아뵈었을 때 인도인의 일생을 간략하게 말씀해 주신 것이 기억난다.
인도 사람들은 일생을 네 단계로 나누어 살고 있다고 한다.
첫째는 태어나서 25세까지는 성장기(成長期)로서 신체적으로 튼튼하게 자라날 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아 독립할 준비를 하는 시기라고 한다. 두 번째는 26세부터 50세까지는 가주기(家住期)로서 짝을 찾아 일가를 이루고 자식을 낳아 교육을 시키고 가족을 부양하여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는 의무를 다할 뿐만 아니라 사회로부터 부여 받은 책임을 수행하는 시기이다. 세 번째는 51세부터 75세까지는 임서기(林捿期)로서 가족과 사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기이다. 자식이 자립할 수 있도록 키웠고 사회에 대한 공헌도 다하였으니 이제부터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한발 물러나서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을 벗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유유자적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75세를 넘기면서 방랑기(放浪期)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 시기는 곧 죽음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인간의 체면을 벗어던지고 거리를 방황하면서 아무데서나 자고 먹을 것을 구하다가 생명이 다하면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죽음을 기다리는 시기라고 한다.
돌이켜 보건데 연령적인 수치는 사회와 시대의 상황변화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인생의 과정이라고 보여 진다. 그렇다면 나는 이 네 단계에서 벌써 세 번째 단계인 임서기에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아직 못다 한 일들이 남아 있어 완전하게 사회와 가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짐하면서 자연을 찾아 건강을 유지하고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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