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글***/수상기

청우 30주년을 보내면서

是夢 2006. 10. 12. 10:28
 

청우 30주년을 보내면서


30년이라는 세월은 길고도 긴 세월이다. 천자문을 배우고 소학과 사서3경을 교과서로 대를 물려가면서 배운 우리 조상이 살던 시절에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였는데 하물며 인터넷을 통하여 지구촌의 변화를 한 눈에 간파할 수 있는 요즈음의 30년은 과거의 300년의 변화보다 더 크리라는 생각이 든다. 청우회가 만들어지기 전의 300년 동안의 변화보다는 청우회가 만들어진 후의 30년 동안의 변화가 더 많았으리라는 생각이 잘못이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청우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곁눈질 할 새 없이 바빴던 직원시절에서 계장보직을 받아 몇 자리를 옮겼을 즈음인 1977년도쯤으로 기억 된다. 창립회원은 아니지만 창립 후 2-3년 만에 입회하였으니 꽤 오래된 고참에 속한다.

입회 당시에는 20여명의 회원들이 대학 졸업 10여년 만에 일찍 사회에서 자리 잡은 패기가 왕성한 친구들의 모임에 입회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막상 입회를 하고나니 내가 생활하고 있는 환경과는 너무 다른 면이 많아 한 동안 적응하지 못하고 관망하는 자세로 있다가 십수 년이 지난 후 회의 중심에 서있는 회원들의 권유에 의해 총무를 맡으면서 생각을 바꾸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청우회에 적응하는데 10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이 때부터 청우회지의 편집을 여러 해 맡아서 회원들과도 비교적 폭넓게 만나면서 청우회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20여명의 가까운 친구들 모임이 그 세를 넓혀 5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초기의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격식을 갖춘 짜임새 있는 모임으로 발전하여 대구 사회에서는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격무에 시달리는 40대를 지나면서 건강을 돌보지 못한 회원들 몇몇이 일찍 타계하였고, 급속한 경제성장의 그늘인 외환위기를 당하여 사업체를 보존하지 못한 회원도 생기면서 회원의 수도 급격히 줄어들어 지금은 34명에 불과하다.

 

청우회 구성원들의 변화와 세의 위축보다 더 심각한 것은 30년간 회원으로서 서로 아끼고 도우는 마음이 최근에 와서 자꾸만 멀어져 가는 것이다. 회원이 경제적으로나 건강상 또는 가정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서로 걱정하고 격려하면서 위로하고 도우려는 마음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아야겠다.

물론 경제적 파산을 가져오면서 가까운 회원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혀 마음을 상하게 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회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쌓은 회원들이 사회활동에 일시적으로 실패했다고 해서 회를 물러나야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은 지금 남아있는 회원들이 다시 한번 냉철하게 반성해 봐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50대 후반을 넘어 사업을 접은 회원들을 우리 회원들이 받아주지 않으면 누가 받아주겠는가? 그리고 건강을 잃어버린 까닭으로 회를 물러나 외롭게 투병생활 하는 그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해주어야 할 온정이 우리에게 있지 않을까? 하늘나라로 먼저 가버린 회원들의 미망인과 그 자녀를 돌봐주면서 어우러져 살아가야할 정리도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우리 또래 모임의 공통적인 고민이 회장과 총무를 맡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나이 들어 귀찮은 일이 싫어진 것이다.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역대 회장을 역임한 회원이 다시 회장과 총무를 맡아 봉사하기로 합의를 하고 그 세 번째로 최덕수 회원이 내년도 회장 직을 흔쾌히 수락하여 새로운 방향전환이 기대된다. 

회원들의 나이가 60대 중반에 들어섰으며 회의 창립 30주년을 맞은 청우회로서는 회의 이름에 연연하여 항상 창립 당시의 팔팔한 기백을 뛰어넘어 노년기를 바라보는 성숙한 모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제는 여유 가지고 서로를 도우면서 훈훈한 정을 베푸는,  회원의 얼굴만 보아도 서로 포근한 우정을 느끼는, 그런 편안한 모임으로 거듭나야 한다.

청우회 탄생 30년인 을유년을 미련 없이 보내고 병술년 새해의 경쾌한 출발을 맞으면서 우리 모두 ‘편안한 모임’으로 만드는데 회장을 도와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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