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박상진 교수 나무 해설

수목의 세포구조와 충전처리

是夢 2006. 12. 21. 22:10

 

             수목의 세포구조와 충전처리

                             -노거수의 세포 구조를 중심으로-


박 상진

경북대 교수


머리말

식물 문화재로 분류되는 천연기념물과 시도기념물의 상당부분이 노거수이다. 이들은 수세가 쇠약하고 흔히 줄기의 일부가 썩어 흔히 공동(空洞)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보다 효과적인 보호 관리를 위하여 기본적으로 나무의 세포형태를 비롯한 조직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본고에서는 목재세포의 분열과 성숙에 의한 나무의 형성과정과 목재세포의 일반적인 형태 및 노거수만이 갖는 세포 특성을 먼저 소개한다. 이어서 최근 널리 행해지고 있는 공동의 충전처리와 노거수의 생장특성과의 관계를 세포형태학적인 입장에서 검토해 보았다. 아울러서 충전처리로 예상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찾아보고 필자가 생각하는 대책을 논의하고자 한다.


Ⅰ. 세포분열과 수목의 생장

1. 나무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개요

그림 1). 줄기의 단면 모식도

아름드리의 거대한 나무도 출발은 작은 종자기 싹이 트면서 시작된다. 줄기 꼭지의 생장점(growing point)에서 높이생장을 시작하고 차츰 아래로 내려오면서 지름생장을 위한 형성층(cambium, 부름켜)이 만들어진다.

어느 정도의 크기로 자란 나무에서는, 거칠고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있는 나무의 껍질을 벗겨보면, 아주 연한 색의 부드러운 젤리 모양의 얇은 안 껍질을 또한 겹 만나게 된다. 이것마저 긁어내면 안쪽에는 단단한 나무가 만져진다. 아름드리로 만들어주는 비밀의 열쇠는 바로 젤리 같은 안 껍질과 단단한 목질부 사이의 눈으로 확인도 안 되는 얇은 층, 이름 하여 형성층이라는 곳에 있다. 형성층은 대체로 봄에서 여름까지 약 6개월 정도 해마다 반복하여 세포분열을 한다. 안쪽으로 분열시키면 나무세포가 되고 바깥쪽을 분열하면 껍질(樹皮)세포가 된다.

안쪽의 나무세포가 모인 세포집단은 나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리적인 기능을 갖고 있는 변재와, 안쪽의 모든 생리기능이 정지된 죽은 세포의 집단인 심재로 나누어진다.


2. 형성층과 세포분열

그림 2) 형성층과 세포분열

그림 2) 형성층과 세포분열

그림 왼편 2에서 오른 쪽의 세포가 형성층이며 1은 갓 분열한 사부세포, 3은 성숙하고 있는 목부세포

형성층이란 원통모양의 나무 바깥을 환상(環狀)으로 둘러싸고 있는 얇은 층이다. 휴면기에는 세포가 1~2층 정도이다가 한창 분열이 왕성할 때는 여러 층이 된다. 형성층을 이루는 각각의 세포 모양은 방직용 북처럼 가늘고 긴 것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바둑알처럼 동그란 모양이다. 형성층의 세포는 시원세포(initial cell)라고도 부르며 나무가 살아있는 동안은 매년 반복하여 분열을 계속한다. 형성층시원세포는 바깥쪽으로 분열하면 체관부 혹은 사부(篩部)가 되고 안쪽으로 분열하면 목부(木部)가 된다. 사부는 흔히 말하는 수피(bark)이며 목부가 바로 목재(wood)이다.


그림 3) 형성층시원세포(FI 및 RI)와 성숙세포

그림 3) 형성층시원세포(FI 및 RI)와 성숙세포

TR, WF, VE는 지지통도세포

TR, WF, VE는 지지통도세포

AP, RP는 양분저장세포

형성층에서 안쪽, 즉 목부 쪽으로 분열된 세포는 자라면서 각각 기능을 달리하는 몇 개의 종류가 다른 세포로 성숙한다. 나무를 지탱하고 수분통로 기능을 갖는 ‘지지통도(支持通導)세포’ 무리와 양분이동 저장에 관여하는 ‘양분저장세포’ 무리이다.













두 무리의 세포 종류는 표 1과 같다.

지지통도 기능세포 무리

가도관(헛물관)

도관(물관)

목섬유

양분이동 및 저장기능세포 무리

축방향유세포

방사유세포(방사조직)

대부분의 나무세포는 지지통도세포로 이루어진다. 침엽수는 90%이상, 활엽수도 70~80%이상에 이른다. 자연계에서 바람에 넘어지지 않고 무게를 지탱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지지통도세포는 생리적으로 살아있는 기간은 극히 짧다. 형성층시원세포에서 분열 후 불과 수 주(週)이내에 죽어버리며 대체로 한 달을 넘기기 어렵다.

반면 양분저장 세포는 침엽수가 10%이하, 활엽수는 20~30%의 적은 양이다. 그러나 이 세포들은 비교적 오랫동안 살아있다. 물론 형성층에서 안쪽으로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생리적인 활성은 떨어지지만, 나무의 바깥 부분인 변재에 있는 동안은 살아있다. 수종에 따라 변재의 나비가 다르므로 살아있는 기간을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양분저장 세포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살아있다.

한편 형성층의 바깥으로 분열된 사부의 세포들도 목부와 마찬가지로 지지통도 및 양분저장 세포 무리로 나누어진다. 지지통도 세포의 일부와 양분저장 수피세포 모두가 살아있는 부위를 내수피라 하고, 양 세포 무리가 모두 죽어버린 부분을 외수피라고 한다. 내수피는 형성층과 이어져 있고 수종에 따라 지름에 차이가 있으며 대체로 지름 1cm미만의 층으로서, 횡단면에서 보면 연한 녹색의 부드럽고 연한 층이다. 내수피는 시간이 지나면 오래된 부분에 수분을 차단하는 코르크층이 만들어진다. 이 층을 경계로 바깥쪽 수피세포는 죽어버리는데, 죽어버린 세포가 겹겹이 쌓여 있는 이 부분이 외수피이다. 소나무와 같은 수종들의 외수피는 두껍고 벚나무나 자작나무와 같은 수종은 얇다.

우리는 흔히 나무가 수천 년을 살아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생리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은 형성층 주위의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모두 죽은 세포이다. 수천 년이 된 노거수라 할지라도 살아있는 부분은 햇수로 따져 최근 수 십년이내에 형성된 세포들이다. 예를 들어 20년생 소나무에서는 약 95%가 죽은 세포의 덩어리이고 형성층에 인접한 나머지 5%정도가 살아있는 세포 들이다. 나무의 줄기가 굵어질수록 살아있는 세포의 비율은 급격히 감소하게 되며, 아름드리 노거수에서 살아있는 부분은 1%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림 4) 잎갈나무 나이테

그림 4) 잎갈나무 나이테

연한 부분이 춘재, 진한 부분이 하재이다.

3. 춘재와 하재로 이루어지는 나이테

우리나라의 경우 3월초가 되면 겨울동안 활동을 중단하고 있던 형성층은 세포분열 준비를 시작한다. 겨울눈에서 분비하는 옥신(auxin)이 나무의 각 부분에 전달되면서 형성층 분열활동은 가속도가 붙는다. 이후 5월말 혹은 6월초까지 새가지(shoot)가 뻗고 잎이 피는 기간의 봄 동안은 형성층의 분열회수가 증가하고, 새로 만들어진 세포도 빠르게 성장한다. 이때 만들어진 세포는 크기가 크고 세포벽이 얇으며 밝은 색을 띤다. 연하며 비중도 낮다. 이 부분을 우리는 춘재(春材, 早材, early wood)라 부른다. 

6월에 들면서 잎이 완전히 펴지고 강한 태양광선을 이용하여 나무는 광합성이 활발해 진다. 이후 8월까지 형성층의 분열회수는 떨어지지만 충분한 광합성 물질을 이용하여 튼튼한 세포들을 만든다. 이때 만들어진 세포는 크기가 조금 작으나 세포벽이 두껍고 진한 색을 나타내며 단단하고 비중이 높다. 이때 만들어진 부분을 하재(夏材, 晩材, late wood)라고 한다. 흔히 추재(秋材)라는 말을 쓰기도하나, 실제로는 9월초 중순이면 대부분의 수종은 형성층 활동이 완전히 중단되어 버리므로 맞지 않은 용어이다.

수종에 따라 춘재와 하재의 지름은 차이가 있으며 나이테에서 하재가 차지하는 비율 즉 하재율(夏材率)도 다르다. 또 춘하재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활엽수의 산공재(散孔材)는 거의 춘하재 구분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형성층의 활동기간은 대체로 3월에서 8월정도이고 9월에서 이듬해 2월말 경 까지는 휴면상태로 들어간다. 형성층의 활동기간은 6개월 정도로 볼 수 있다. 물론 버드나무과의 일부 수종들처럼 형성층이 11월까지 활동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4. 심재와 변재

그림 5) 심재와 변재

형성층에서 분열한 세포는 성숙하여 가도관, 도관, 목섬유 등의 통도지지세포와 축방향유세포와 방사유세포 등의 양분저장세포가 된다. 지지통도세포들도 형성층에서 갓 분열하였을 때는 원형질과 핵을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세포이다. 그러나 성숙하면서 가지고 있던 원형질과 핵을 비롯한 세포질을 소모하여, 두꺼운 세포벽을 만들고 완전히 다자라는 순간에 세포는 죽어버린다. 분열하여 성숙하고 죽어버리는 이 기간이 앞에서 말한 대로 수 주(週)에 불과하다. 죽어버린 세포들은 속이 비어있으며 세포벽은 리그닌(lignin) 성분이 많아져 단단한 강도를 갖는다. 이런 과정을 목화(木化, lignification)라고 하며 지지통도세포 무리들은 모두 목화과정을 밟는다.

반면에 양분저장 세포들은 목화과정을 밟지 않으므로, 원형질과 핵을 가지고 오랫동안 살아있다. 특히 방사유세포는 껍질에서 안쪽으로 길게 연결되어 서로 생리적인 물질 교환을 하므로 더 오랫동안 살아있다. 그러나 이들이 살아있는 기간도 어차피 한계가 있으며 방사유세포가 죽어버리는 시기가 바로 심변재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나무의 횡단면에서 볼 때, 형성층에서 방사유세포가 살아있는 곳 까지를 변재(邊材,sap wood)라고 하며 육안으로 보아 연한 색깔을 나타낸다. 이 보다 안쪽은 지지통도세포는 물론 양분저장세포까지 모든 세포가 죽어있는 부분을 심재(心材,heart wood)라고 한다.

따라서 지지통도세포와 양분저장 세포가 모두 살아있는 부분은 형성층을 중심으로 하여 안쪽의 목부 쪽으로는 얇게는 1~2mm에서 넓게는 1cm정도에 지나지 않는 좁은 띠 부분이다. 이 부분을 편의상 ‘생존목질부’라고 필자는 이름을 붙였다.

결국 변재에서는 생존목질부와 양분이동저장에 관여하는 세포만 살아있고 그 외의 지지통도세포들은 모두 죽어있다. 비록 몸은 죽어있어도 지지통도세포인 침엽수의 가도관이나 활엽수의 도관은

그림 6) 소나무 줄기 단면

그림 6) 소나무 줄기 단면

L : 지지통도 및 양분저장세포 모두가 살아있는 “생존목질부”

변재에 있는 동안만은 수분이동의 통로로서 역할은 그대로 수행한다. 변재는 함수율이 높고 균에 저항성인 페놀 물질이 거의 없어 심재보다 목재부후균에 약하다.

심재는 양분저장세포가 죽으면서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주위의 세포의 세포벽이나 빈 공간에 집적한다. 화학물질은 색소를 가진 경우가 많으므로 심재는 진한 색을 나타내고 색소물질이 없는 경우는 심재의 색깔도 연한 색 그대로이다. 이외에 검물질, 페놀, 수지 등이 집적되어 있고 함수율이 낮아 변재보다 잘 썩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특징이다.

그림 7) 횡단면에서의 목재세포 생존부위

그림 7) 횡단면에서의 목재세포 생존부위

형성층을 중심으로 안쪽으로 변재일부와 내수피는 모든 세포가 살아 있으며 변재부에는 양분저장 세포만 살아있다.


. 목재세포의 종류와 배열 및 형태

나무의 세포는 지지통도세포로서 가도관, 목섬유, 도관이 있고 양분저장세포로서는 유세포가 있다. 모양은 도관은 통모양이나 기타 세포는 대부분 나비와 길이의 비가 1:60~100정도의 가늘고 긴 모양이다. 가운데는 비어 있으며 바깥은 세포벽으로 둘러 쌓여있다. 세포벽은 셀룰로오스(cellulose)와 헤미셀룰로오스(hemicellulose)가 70~80%, 리그닌(lignin)이 30~20%정도이다.

나무 세포의 종류는 침엽수와 활엽수의 수종에 따라 다르며 대체적인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침엽수재

침엽수재(soft wood)는 90%이상이 지지통도세포인 가도관(仮導管, 헛물관)이다. 헛물관은 나무가 단단히 지탱할 수 있는 기능과 수분통로로서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 모양은 길이가 4mm전후, 폭이 0.05mm전후로서 가늘고 길며 양끝이 뾰족한 세포이다. 단면은 정방형에 가깝다. 따라서 침엽수는 세포종류가 단순하여 축방향으로 가지런히 배열하고 수분의 이동도 쉽게 된다.  이외 송진이 나오는 수지구(樹脂溝)는 소나무, 잎갈나무, 가문비나무 등 일부에만 있다.

양분 이동 저장을 담당하는 세포는 약간의 축방향유세포(柔細胞)가 있고, 방사방향에는 방사유세포가 있다. 

그림 8) 소나무 세포배열 전자현미경사진

X : 횡단면

R : 방사단면

T : 접선단면

E : 춘재

L : 하재

Ra : 방사조직

EC(ARC) : 수지구

그림 9) 침엽수재를 구성하는 세포모양

지지통도세포

a : 춘재의 가도관

b : 만재의 가도관

양분저장세포

d : 축방향유세포

e : 방사유세포

2) 활엽수재

그림 10) 활엽수세포의 전자현미경 사진

EV : 춘재의 큰 도관

LV : 하재의 작은 도관

WF : 목섬유

APC : 축방향유세포

BR, UR : 방사조직

그림 11) 활엽수 여러 세포들의 모양

A,B,C : 춘재의 큰 도관

D,E,F : 하재의 작은 도관

G,H : 목섬유

K : 축방향유세포

J : 방사유세포

활엽수재(hard wood)는 침엽수재에 비하여 많은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며 따라서 목재의 조직도 훨씬 복잡하다. 지지통도세포로서 20-30% 정도를 점유하는 도관(導管, 물관)과 50-70%정도인 목섬유(木纖維)가 있으며, 양분저장세포인 5-15%의 유세포 등으로 이루어진다.

도관은 목재 속의 수분이동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며 수분이동이 편리하게 작고 짧은 통 모양의 관이 뿌리에서 잎까지 계속 연결되어 있다. 직경과 길이는 수종에 따라 다른데, 큰 것은 직경 0.3mm, 길이 0.2-0.4mm정도이고 작은 것은 직경 0.04-0.09mm, 길이 0.4-0.9mm정도이다. 도관은 배열. 모양 등 활엽수재의 수종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세포이다.

목섬유는 나무가 버티고 서있을 수 있는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로서 세포벽이 두꺼운 단단한 구조를 갖고 있다. 직경은 0.02-0.03mm, 길이는 1-2mm정도로서 침엽수재의 가도관에 비해서는 지름이 작고 길이도 짧으나 훨씬 치밀하다. 유세포는 양분의 이동저장에 관여하는 세포로서 배열방향이 축방향인 축방향유세포와 방사방향인 방사유세포로 구분된다.

활엽수재는 침엽수재와 비교하여 세포종류도 많고 배열이 복잡하며 수종에 따라 독특한 구조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관이 횡단면상에 배열하는 상태에 따라 나무의 성질이 달라지며 환공재(環孔材)와 산공재(散孔材)로 나눈다.

환공재라는 것은 나이테의 처음부분이 다른 부분에 비교해서 직경이 현저하게 큰 도관이 연륜 경계를 따라서 배열하는 목재이고, 산공재는 연륜 전체에 걸쳐서 도관의 크기나 혹은 배치가 거의 일정한 재이다. 느티나무, 이팝나무, 회화나무, 팽나무, 음나무 등 식물문화재는 산공재보다 환공재가 더 많다. 지름이 큰 도관이 한 쪽에 몰려있는 환공재가 수분이동이 더 잘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산공재와의 차이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림 12) 환공재

그림 13) 산공재


Ⅲ. 노거수의 세포특성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화이트마운틴에는 브리슬콘 소나무(Bristle cone pine)는 확인된 나이만 5천년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강원도 정선 두위봉의 주목은 1천4백년, 김유신 장군과 비슷한 나이다. 그러나 나무가 수천 년을 살았다는 의미는 몸체 전체가 살아있는 동물의 생명과는 다르다. 나무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지지통도세포는 성숙하는 순간에 바로 죽음을 맞이하므로, 양분저장 세포 일부가 살아있는 변재까지를 포함하더라도 생명을 갖고 있는 나이는 몇 년에서 길어도 몇 십 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나무는 죽은 조상세포를 그대로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살아있는 부분의 세포구조는 나이의 많고 적음보다 수관이나 뿌리의 활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수세가 약해진 노거수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그림 14) 침엽수 정상나이테(좌)와 노거수 나이테(우)

그림 14) 침엽수 정상나이테(좌)와 노거수 나이테(우)

노거수 나이테에서는 하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관이 빈약해지고 뿌리의 흡수력이 떨어지면서 형성층의 활동시기가 늦어지고 활동기간도 단축된다. 따라서 나이테 나비는 좁아지며 상태가 아주 나쁜 경우, 그해의 나이테 자람을 아예 멈추어버린다. 또 불연속연륜이라하여 나이테의 일부만 형성되기도 한다. 당연히 세포 크기가 작아지며, 세포의 길이가 짧아지고 세포벽의 두께도 얇아진다. 침엽수재의 경우는 하재 세포의 특징인 두꺼운 세포벽을 가지는 부분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활엽수재 환공재의 경우 큰 도관이 주로 춘재부에 몰려있는데, 노거수는 나이테나비가 좁아지면서 춘재부분만 남고 하재부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강도가 급격히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괴되어 상처를 입을 수 있게 된다.

또 양분저장세포인 유세포의 살아있는 기간이 줄어들어 변재의 나비가 좁아진다. 유세포의 분포수도 적어져 수관의 광합성과 뿌리의 흡수, 형성층의 분열회수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노거수의 세포 특징은 노령목 및 극단적으로 불량한 생활환경을 가지는 분재(盆栽)수목 등과 거의 같다. 흔히 기아재(飢餓材, starved wood)라고 하며 노거수의 생리활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림 15) 활엽수 노거수 나이테(좌)와 정상나이테(중, 우)

그림 15) 활엽수 노거수 나이테(좌)와 정상나이테(중, 우)

환공재의 경우는 하재가 거의 발달되지 않아 큰 도관이 있는 춘재만 남는다. 강도가 떨어진다.

Ⅳ. 노거수의 공동(空洞)과 충전처리

그림 16) 부후의 과정

1. 공동의 발생과 진행

수간의 원주체는 방수막을 갖춘 수피에 의하여 완전히 둘러싸고 있으므로, 기계적인 상처를 입어 안쪽의 목부에 균이 침입하지 않은 이상 목질부는 썩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에 의한 가지 분질러짐이나 자연낙지(自然落枝)와 인위적인 가지치기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가지 단면(斷面)이 그대로 노출 될 수 있다. 또 곤충의 식해 및 딱따구리나 대형동물에 의하여 줄기에 바로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그림 17) 공동(空洞)의 안쪽

그림 17) 공동(空洞)의 안쪽

목질부의 분해가 진행되었으나 탈락하지 않고 남아있는 “분해목질잔존부”

목질부의 분해가 진행되었으나 탈락하지 않고 남아있는 “분해목질잔존부”

수피라는 보호층이 없어진 이런 곳을 통하여 빗물이 들어가면 목재부후균(木材腐朽菌)이 침입하게 된다. 이들은 우선 함수율이 높고 균에 대한 저항성이 낮은 변재의 지지통도세포부터 분해를 시작한다. 목재분해균은 대부분 셀룰로오스 분해균이다. 세포벽 성분 중 셀룰로오스와 헤미셀룰로오스 분자의 긴 사슬(chain)을 잘게 끊어버려 분해된 목재는 가루처럼 된다. 리그닌은 거의 그대로 남겨놓아 분해된, 즉 썩은 목질부의 색깔은 진한 갈색이 된다. 변재에서 시작하여 급속히 심재로 분해는 확산되어 목질부는 대부분 썩어버리고 공동이 생긴다.

목재부후균은 사물(死物)기생이므로 죽은 세포인 지지통도세포 무리를 분해해 버리지만, 살아있는 세포와 변재부의 양분저장세포 무리들은 분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목재부후균에 의한 분해의 범위는 형성층의 바로 안쪽, 생존목질부까지 변재의 양분저장세포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다. 그러나 분해가 진행되면서 썩은 목질부는 상당한 두께로 쌓여 인접한 변재부를 오히려 보호해 준다. 이 부분을 필자는 편의상 ‘분해목질잔존부‘라고 이름을 붙였다. 반면에 변재부 깊숙이까지 존재하던 양분저장세포들은 직접 목재부후균에 의한 분해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 주위를 기계적으로 지탱해 주고 있던 지지통도 세포들이 분해되면서 동반 탈락하여 없어져 버린다. 따라서 공동이 생긴 나무의 경우 심재는 물론 변재의 대부분도 없어진다.

‘분해목질잔존부‘는 공동 쪽으로는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고, 나머지 변재 및 ’생존목질부‘와 이어져 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형성층은 다시 세포 분열을 하여 새로운 세포를 추가하면서 생존목질부의 안쪽은 변재를 추가해 간다.


2. 충전처리를 위한 부패부 제거

그림 18) 수목 단면에서의 실제 생존부 모식도

그림 18) 수목 단면에서의 실제 생존부 모식도

심재와 변재의 부분이 썩어 버리면 분해목질잔존부(그림16)만 남고 공동이 생긴다. 나머지 변재-생존목질부(L)-형성층(C)-내수피(I)-외수피만 남는다. L-C-I만이 모든 세포가 살아있는 ‘생명벨트’이다.

심재와 변재의 부분이 썩어 버리면 분해목질잔존부(그림16)만 남고 공동이 생긴다. 나머지 변재-생존목질부(L)-형성층(C)-내수피(I)-외수피만 남는다. L-C-I만이 모든 세포가 살아있는 ‘생명벨트’이다.

방사조직(R)은 변재에서는 살아있다.

목재부후균의 침해를 받아 목질부가 분해되어 오랜 세월이 지나면 분해목질잔존부-나머지 변재-생존목질부-형성층-내수피-외수피의 형태로 고정되어 나무는 생리적인 균형 상태에 있다. 동물이나 식물에서나 마찬가지로 상처부위가 치유되고 난 다음의 보호층은 매우 중요하며 부패가 형성층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층이 바로 분해목질잔존부라고 생각한다. 공동이 생긴 나무가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생명 벨트(생존목질부-형성층-내수피)는, 공동 안쪽으로는 분해목질잔존부가 보호하고 바깥은 외수피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공동이 형성되어 오래된 고목들의 부패부 제거는 보호층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 분해목질잔존부를 없애버리는 셈이 된다. 이는 <분해목질잔존부-나머지 변재-생존목질부-형성층-내수피-외수피>의 구조로

그림 19) 공동이 생긴 줄기

그림 19) 공동이 생긴 줄기

* 표 부분의 ‘생명벨트’를 외수피와 분해목질잔존부가 보호하고 있다.

오랫동안 안정되어 있는 균형 상태를 깨트리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본다. 분해목질잔존부의 제거는 마치 바깥쪽을 보호하고 있는 외수피를 벗겨 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분해목질잔존부에서 ‘나머지 변재’로의 부후 진행은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 부분적으로 진행될 수 있으나 진행속도는 매우 늦다. 일시적인 강우에 의하여 공동내부의 분해목질잔존부가 젖더라도 바로 풍건되며, 목재부후균은 함수율 20%이하에서는 거의 활동하지 않는다.


3. 충전처리 후의 문제

부패부를 긁어내기 위하여 분해목질잔존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제거하는 과정에 생존목질부에 손상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나머지 변재’는 대체로 두껍지 않으므로 분해목질잔존부를 제거하면서 생존목질부를 건드릴 가능성이 높고 공동 속을 긁어내야 하는 작업과정에서 엄밀하게 구분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살균제 등을 사용할 경우는 차단제를 바르더라도 형성층으로의 침투를 완전히 막는 일도 간단하지 않다. 한마디로 심재와 변재의 분해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된 공동에 남아있는 ‘부패목질부’의 제거는 앞에 지적한 것처럼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름이 큰 나무는 생존목질부나 형성층에 손상을 주더라도 부분적이어서 나무에 미치는 영향이 즉각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름이 작은 나무는 분해목질잔존부와 ‘나머지 변재부‘가 얇으므로 부패부 제거 작업을 하면서 형성층 전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나무에 거의 치명적이라고 생각하며, 예로서 필자는 천연기념물 264호 용주사 회양목의 여러 고사 원인 중에 충전처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지름이 30cm 남짓한 78호 강화 갑곶돈대 탱자나무의 충전처리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는 시급히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부패부를 제거하고 충전처리를 하면, 임시방편으로 공동목재의 생명벨트를 보호해주는 기능을 수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형성층은 매년 나이테를 만들어 가므로 변재는 계속 추가된다. 예를 들어 1년에 나이테 너비 3mm씩 자라는 나무라면 10년 뒤에 충전처리 부분과 형성층 사이에는 3cm의 변재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새 변재도 대부분 죽은 세포이므로 목재부후균의 침해를 받으면 바로 썩게 된다. 이런 새로운 썩음을 막기 위하여 나무 전체를 완전 방수 충전처리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크기의 노거수에서 물

그림 20) 충전처리 후 종단면의 형태

그림 20) 충전처리 후 종단면의 형태

분해목질잔존부(D)-나머지 변재(S)-생명 벨트(P)-외수피(B)

분해목질잔존부(D)-나머지 변재(S)-생명 벨트(P)-외수피(B)

R : 방사조직

R : 방사조직

P의 부분과 방사조직만 살아있다.

P의 부분과 방사조직만 살아있다.

한 방울 들어갈 수 없는 방수 충전처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설령 시공당시에 완벽한 방수처리가 가능하더라도 나무가 지름 생장을 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틈새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


Ⅴ. 결론 및 제안

이상 필자는 수목의 형성층 세포가 분열하여 성숙하여 목화(木化)한 후 목재부후균의 침해을 받아 분해하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분해의 최종단계로 노거수에는 흔히 공동이 생기며 최근 이 공동부분에 충전처리 하는 것이 일반적인 바,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과 그 대책을 세포형태학적인 측면에서 검토해 보았다.

1. 충전처리는 형성층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고 남아있는 목질부의 보호층을 오히려 제거하게 되므로 노거수 줄기 전체가 공동으로 이루어진 경우, 부패부를 일시에 제거하고 일제 충전처리 하는 방식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충전처리는 최소화하고 수간이나 가지 절단부에서 부패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곳 등 반드시 필요한 부위만 제한적으로 실행할 필요가 있다.

3. 현재 천연기념물 노거수 141종에 충전처리는 완료한 상태이다. 그러나 충전처리한 시기기 오래되었거나 부실 처리된 경우가 있으므로 새로 보호조치를 해주어야 할 노거수가 상당수 있다. 이 경우 충전부 제거 후 재시공을 할 것인지, 아니면 공동상태로 그대로 둘 것인지는 전문가들의 신중한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

4. 최근 노거수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거수 충전처리가 보다 과학적인 뒤 받침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나 전문적인 연구기관이나 전문가 거의 없는 현실이다. 노거수의 생리와 세포구조 특성에 관한 기초연구를 할 수 있는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