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박상진 교수 나무 해설

용계리 은행나무

是夢 2008. 8. 3. 09:15
천연기념물 일람표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175호
소재지 :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943 1966.01.13 지정

임하 땜의 상류에 위치한 오직 이 나무만을 위하여 근사한 다리까지 놓여있는, 그야 말로 칙사대접을 받는 나무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용계리 은행나무는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용계 초등학교가 철거되고 나무의 일부가 물에 잠기게 됨에 따라 1990년부터 1994년까지 3년 5개월에 걸쳐 제자리에서 흙을 15m 북돋아 산 형태를 만든 뒤 현재의 위치로 올려 심은 것이다. 이에 소요된 예산이 자그마치 20억!, 아무래도 나무하나에 들인 돈치고는 너무 많다. 임하 땜 보상비의 협상과정에 농민들의 항의로 문제가 될 만큼 말썽도 많았다.

이 은행나무는 높이 31m, 가슴 높이둘레 13.7m로서 줄기의 굵기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은 나무라 한다. 가지 뻗음은 동서 26.9m 남북 27.3m이다. 그러나 옮겨심는 과정에 가지의 대부분이 잘려버리고 줄기는 폴리에틸렌 망으로 감싸여 있고 우악스런 철제빔도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어서 나무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려면 아직도 10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나이는 약 7백살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 선조 때 훈련대장 탁순창(卓順昌)공이 낙향해서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은행나무계(杏契)를 만들어 이 나무를 보호하고 서로의 친목을 도모했다고 하며 해마다 제사를 지내왔다고 한다.

은행나무 이야기

은행나무과 (학명) Ginkgo biloba (영명) Maidenhair Tree
(일명) イチヨウ (漢名) 銀杏木, 公孫樹, 鴨脚樹, 白果木

지금으로부터 약 3억5천만년 전, 우리 인류는 태어날 꿈도 꾸지 안았던 아스라이 먼 옛날 은행나무는 지구상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어려운 말을 쓴다면 고생대말 페름기에 지구상에 출현 해 중생대에 번성기를 누렸으며, 신생대를 거쳐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다. 그동안 몇 번이나 있었던 혹독한 빙하시대를 지나면서 대부분의 생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는데도 의연히 살아남은 은행나무를 우리들은‘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그의 가계를 들여다보면 외롭고 쓸쓸하다. 예를 들어 장미과의 식물들은 3천여종이 세계의 어디를 가나 자라고 있을 만큼 자손을 널리 퍼뜨리고 있는데 은행나무는 윗대를 한참 올라가도 여전히 한 종류밖에 없다.
은행나무는 오래 사는 나무로 유명하다. 낙엽송이나 벚나무가 기껏 수 십 년이면 벌써 노인나무가 되어 버리는 것과는 달리 천년을 넘기고도 여전히 위엄이 당당하다. 전국에는 약 8백여 그루의 은행나무 거목이 보호되고 있는데 5백살 정도는 명함도 못 내민다. 일흔을 살면 드물게 오래 살았다 하여 희수(稀壽), 조금 더 살아 일흔 일곱이 되면 정말 축복 받고 기뻐할 나이라 하여 희수(喜壽)라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홍만선의 산림경제에 은행나무는 수컷과 암컷의 종자를 함께 심는 것이 좋고 그것도 못 가에 심어야 하는데 이유는 물 속에 비치는 그들의 그림자와 혼인하여 종자를 맺는 까닭이라 하였다. 상징적인 표현이나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숫나무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서로 마주 보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그리워만 하는 애틋한 남녀와 비유되기도 한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천년 후에 다시 이어진다는 줄거리의 강제규 감독 '은행나무 침대'라는 영화에서 정신적 사랑을 의미하는 플라토닉 러브의 한국적 표현을 보게 된다.
은행이란 이름은 씨가 살구(杏)처럼 생겼으나 은빛이 난다하여 붙인 이름으로 보이고, 때로는 거의 흰빛이므로 백과목, 심어서 종자가 손자대에 가서나 열린다 하여 공손수, 잎이 오리발처럼 생겼다하여 압각수 등 여러 이름이 있다.




 

은행잎은 독특한 모양새와 가을에 오는 노오란 단풍의 정겨운 정취 때문에 곱게 말린 은행단풍을 연인의 편지에 넣어 보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잎에서 추출한 엑기스로 여러 종류의 신약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혈액순환제로 유명한 기넥신, 징코민 등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그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성인병과 노인성치매, 뇌혈관 및 말초신경장애 등의 치료제로 속속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기술의 미비로 가장 품질이 좋다는 우리는 은행잎은 1차 가공만 하여 수출하고 정작 필요한 약제는 다시 역수입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만 자란다. 그렇다면 본래의 고향은 어디인가? 학자들 중국의 양자강 하구 남쪽에 있는 천목산(天目山)근처일 것이라고 추정만 하고 있다. 불교의 전파와 함께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짐작만 할 뿐 언제부터 우리의 친근한 나무가 되었는지는 모른다.


오래 살다보니 크기도 엄청나다. 높이 수 십 미터, 지름은 몇 아름이 되게 자란다. 나무 껍질은 회갈색으로 세로로 갈라지며 짧은 가지는 번데기처럼 주름이 잡혀있어서 겨울에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꽃은 봄에 잎과 함께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나무에서 핀다. 바람에 실린 수꽃가루가 암꽃까지 나라가서 수정이 이루어진다. 은행나무 꽃가루는 진기하게도 머리와 짧은 수염 같은 꽁지를 가지고 있어서 '정충이 있다'고 말한다. 동물의 정충처럼 스스로 움직여서 난자를 찾아 갈 수 있다. 살아온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은행나무이다.


열매는 노랗게 익으며 말랑말랑한 과육은 심한 악취가 난다. 우리가 먹는 것은 종자이고 종자껍질이 은빛이다. 나무를 잘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세포모양이 침엽수재와 거의 같아서 은행나무는 잎이 넓어도 나눌 때 활엽수가 아니고 침엽수에 넣는다. 세포 속에는 독특하게 머리카락 굵기의 1/10정도 되는 작디작은 '보석'이 들어 있다. 수산화칼슘이 주성분인데 현미경아래서 영롱한 빛을 내어 은행나무에 또 하나의 신비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나무 색은 연한 황갈색을 띠면서 너무 단단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아 예부터 널리 이용되었다. 바둑판, 가구, 상, 칠기심재 등으로 사용되었고 불상을 비롯한 각종 불구(佛具)에도 빠질 수 없는 재료이다.

찾아가기
안동에서 길안읍으로 들어가는 35번 도로를 탄다. 길안읍의 삼거리에서 914번 지방도로 좌회전하여 고개를 하나 넘으면 지례예술촌 가는 길 간판이 보인다. 좌회전하여 약 7-8km를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특기할 것은 아직도 노익장을 과시하여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양이 사람으로 친다면 80에 자식을 얻은 만큼이나 "주책"으로 느껴졌다.

GPS 좌표 : N 36˚29´12.6˝, E 128˚55´39.5˝
교통 : 안동→길안읍 삼거리→임하댐의 상류
방문정보 : 안동시 문화체육관광과 ☎ 054-851-6391/ 길안면사무소 ☎ 054-822-2173
▒▒ 글, 사진 | 박상진 (경북대학교 임산공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