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은 독특한 모양새와 가을에 오는 노오란 단풍의 정겨운 정취 때문에 곱게 말린 은행단풍을 연인의 편지에 넣어 보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잎에서 추출한 엑기스로 여러 종류의 신약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혈액순환제로 유명한 기넥신, 징코민 등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그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성인병과 노인성치매, 뇌혈관 및 말초신경장애 등의 치료제로 속속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기술의 미비로 가장 품질이 좋다는 우리는 은행잎은 1차 가공만 하여 수출하고 정작 필요한 약제는 다시 역수입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만 자란다. 그렇다면 본래의 고향은 어디인가? 학자들 중국의 양자강 하구 남쪽에 있는 천목산(天目山)근처일 것이라고 추정만 하고 있다. 불교의 전파와 함께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짐작만 할 뿐 언제부터 우리의 친근한 나무가 되었는지는 모른다.
오래 살다보니 크기도 엄청나다. 높이 수 십 미터, 지름은 몇 아름이 되게 자란다. 나무 껍질은 회갈색으로 세로로 갈라지며 짧은 가지는 번데기처럼 주름이 잡혀있어서 겨울에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꽃은 봄에 잎과 함께 암꽃과 수꽃이 각각 다른 나무에서 핀다. 바람에 실린 수꽃가루가 암꽃까지 나라가서 수정이 이루어진다. 은행나무 꽃가루는 진기하게도 머리와 짧은 수염 같은 꽁지를 가지고 있어서 '정충이 있다'고 말한다. 동물의 정충처럼 스스로 움직여서 난자를 찾아 갈 수 있다. 살아온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은행나무이다.
열매는 노랗게 익으며 말랑말랑한 과육은 심한 악취가 난다. 우리가 먹는 것은 종자이고 종자껍질이 은빛이다. 나무를 잘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세포모양이 침엽수재와 거의 같아서 은행나무는 잎이 넓어도 나눌 때 활엽수가 아니고 침엽수에 넣는다. 세포 속에는 독특하게 머리카락 굵기의 1/10정도 되는 작디작은 '보석'이 들어 있다. 수산화칼슘이 주성분인데 현미경아래서 영롱한 빛을 내어 은행나무에 또 하나의 신비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나무 색은 연한 황갈색을 띠면서 너무 단단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아 예부터 널리 이용되었다. 바둑판, 가구, 상, 칠기심재 등으로 사용되었고 불상을 비롯한 각종 불구(佛具)에도 빠질 수 없는 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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