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박상진 교수 나무 해설

안동 송사동 소태나무

是夢 2008. 7. 28. 01:17

천연기념물 일람표
안동 송사동 소태나무 천연기념물 제174호
소재지 : 경북 안동시 길안면 송사리 100-7 1966.01.13 지정

소태나무는 대개 키가 별로 크지 않고 잘해야 높이 10여m, 굵기는 어린아이 뼘으로 한 뼘 되기도 어려운데 이 나무는 높이가 14.6m, 땅에 닿는 부분의 줄기 둘레가 4.7m나 된다. 얼마 전 기록만 보아도 줄기가 하나라고 하였으나 정비를 할 때 흙을 돋운 탓으로 지금은 완전히 두 나무처럼 되어 있다. 가슴높이의 줄기 둘레는 각각 3.2m, 2.3m이다. 가지 뻗음은 동서 15.5m 남북 14.4m이다.
최근에 나무의 썩은 줄기 부분을 잘라내는 등 외과수술을 받은 흔적이 있다. 또 학교건물과 너무 가까워 보존에 문제가 있다. 전교생이 20명 남짓한 분교이니 언젠가는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정비를 하여야 할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소태나무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이다.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기록이나 전해지는 이야기가 없어서 정확한 나이는 알지 못하지만 대체로 400년 정도로 본다.
소태나무 주위에는 자그마한 당집이 있고 굵기가 한 뼘 남짓한 10여 그루의 회화나무, 팽나무, 말채나무가 섞여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가 보호된 것은 성황당의 제사 터로서 신성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곳 주민들은 이 나무가 마을을 지켜 주는 수호신이라 믿고, 매년 정월 보름이 되면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소태나무 이야기

소태나무과 (학명) Picrasma quassioides Benn.
(영명) Bitter Wood (일명) ニガキ (漢名) 苦木, 黃棟樹, 崖漆樹

음식의 간이 맞지 않아 너무 짜거나 쓴맛이 나면 흔히 소태 맛이라고 한다. 알려진 그대로 소태나무는 지독한 쓴맛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과 수목채집을 가면 소태나무만은 그냥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 40여 년 전에 내가 배울 때처럼 잎을 따서 어금니로 꼭꼭 씹어보라고 한 다음 "애 퉤퉤!"하고 난리가 날 때 즈음 '이게 바로 소태나무'라고 일러준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낀 일부 약삭빠른 학생들은 살살 나의 눈치를 봐가면서 앞니로 조금 씹어보고는 그만 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생의 말대로 착실하게 씹어보고 아무리 물로 헹궈도 1∼2시간은 족히 잎 속에 쓴맛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한번 맛보면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
쓴맛의 근원은 크와신(quassin)이란 물질 때문인데 잎, 나무껍질, 줄기, 뿌리 등 소태나무의 각 부분에 고루 고루 들어 있으나 나무의 안쪽 껍질이 가장 많다. 크와신은 위장을 튼튼히 하는 약제, 살충제, 또는 염료로도 사용하였으며 맥주의 쓴맛을 내는 호프대용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본초도감에는 봄, 가을에 채취하여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려 두었다가 위장염에 쓰거나 화농, 습진, 화상을 비롯하여 회충구제에도 사용한다.

우리나라 어디에나 자라며 잎이 떨어지는 나무인데, 어린 가지는 붉은 빛이 도는 갈색의 매끄러운 바탕에 황색의 작은 숨구멍 흩어져 있고 가지는 흔히 층층나무처럼 층을 이루는 경향이 있다. 잎은 작은 잎이 한 대궁에 열 두 세 개씩 붙어있고 가지에는 어긋나기로 달린다. 작은 달걀모양으로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으며 밑부분이 서로 대칭이 되지 않은 왜저(歪底)이다. 암수 딴 나무로서 꽃은 초여름에 피며 황록색의 작은 꽃이 둥그스름한 꽃차례에 여럿이 모여서 핀다.

열매는 콩알만하고 핵과로 초가을에 붉은빛으로 익는다. 가을의 노란 단풍이 아름답다.
소태나무를 찾아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잎을 따서 조금 씹어보는 방법이다. 비슷한 나무에 맹독성을 가진 잎은 없으니 소태나무의 그 지독한 쓴맛을 기억 속에 남겨둔다면 인생을 살아가다가 당하는 진짜 쓴맛과 중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찾아가기
경북 영천에서 안동가는 35번 국도를 타고 약 30km쯤 달리면 노귀재라는 산마루에 있는 휴게소에 도달한다. 간단히 차 한잔 마시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곧 바른 전형적인 시골길이 이어진다. 속도를 높였다가는 교통위반 딱지 떼기에 그만인 곳이니 천천히 가는 것이 좋다. 화목읍을 지나 잠깐가면 주유소가 있는 덕산삼거리에서 안동 쪽으로 좌회전하여 터널을 지나 계속 달린다. 인가가 거의 없는 산길을 14-5km쯤 달리면 오른편에 20여 호 남짓한 송사리라는 동네가 나온다. 끝 즈음에서 우회전하여 동네로 들어가면 바로 길안초등학교 길송분교가 나온다. 대망의 소태나무는 학교의 뒤뜰에서 소담스런 그 자태를 감추고 있다.

GPS 좌표 : N 36˚21´58.3˝, E 128˚55´52.9˝
교통 : 영천→노귀재 휴게소→화목읍→덕산삼거리→길안초등학교 길송분교
방문정보 : 안동시 문화체육관광과 ☎ 054-751-6391/ 길안면사무소 ☎ 054-822-2173
▒▒ 글, 사진 | 박상진 (경북대학교 임산공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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