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이정웅 숲해설가

[스크랩] 마가목

是夢 2006. 9. 27. 11:02
 

마가목



이정웅(숲해설가)


마가목이라는 좀 생소한 나무가 있다. 여느 나무와 달리 생육 범위도 넓어 평지에서 산꼭대기까지 가리지 않고 자란다. 한자명으로는 마아목(馬牙木) 즉 말의 치아(齒牙)라는 뜻으로 이른 봄 돋는 잎의 강건한 모습이 말의 이(牙)를 닮았다고 하나 얇은 잎과 큰 말의 치아(齒牙)가 닮았다는 데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다만 늦가을 가지 끝에 달린 빠알간 열매가 환상적이다 못해 신비할 정도로 아름다워 조경수로 보급이 확대되는 마당에 고혈압과 중풍에 좋다하여 약용수로도 재배가 확대되고 있다. 독일의 바이엘사가 버드나무추출물로 영약(靈藥) 아스피린을 개발하여 부(富)를 쌓고 있듯이, 각 나라는 인류의 건강을 북돋우고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면서도 인체에 무해(無害)한 생약제재개발에 열을 쏟고 있다.

마가목도 의약품이나 건강식품으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무이다. 지난해 울릉도를 찾았더니 가로수로 심어져 있을 정도로 흔해 놀랐다. 오랜 세월에 걸쳐 고립된 울릉도는 너도밤나무 등 육지에 없는 식물이 많아 향후 활용 여부에 따라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성인봉(聖人峰)을 오르다가 마가목 씨가 떨어져 저절로 싹이 튼 실낱같은 어린 묘목을 발견하고 그냥두면 햇볕에 말라 죽을 것 같아 신문지에 싸서 가져와 심었다. 낯선 환경이라 적응에 힘겨웠던지 가을 내내 비실비실하다가 겨울이 되자 종적을 감추었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자 어린 새싹이 얼굴을 내밀어 다른 풀이려니 하면서도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마가목 이었다. 강인한 생명력에 실로 감탄하면서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쑥쑥 자라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아침마다 얼굴을 맞대었다. 그런데 어느 날 화단을 찾으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 이전에 이미 육지에서 보기 힘든 섬노루귀, 산마늘을 심어 놓았다가 잃어버려 속이 상했었는데 이번에는 김매는 아주머니들이 잡초인줄알고 뽑아버렸던 것이다. 절망감으로 한동안 화단을 찾지 않다가 장마가 계속되자 다른 꽃들은 어떻게 자라는지 살펴보려고 현장을 찾았더니 다시 싹을 뾰족이 내밀어 마가목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출처 : 나무를 찾아서 나를 찾아서
글쓴이 : 심후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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