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이정웅 숲해설가

[스크랩] 왕버들

是夢 2006. 9. 27. 11:12
 

왕버들

이정웅


청송 소재 주왕산 한 골짜기의 조용하던 못 주산지가 영화(映畵)는 물론 TV 타큐 프로, 사진작가들의 촬영지로 각광을 받자 많은 관광객까지 모여들어 한적하기 그지없었던 시골의 식수 및 농사용으로 만들었던 저수지가 전국적인 명소(名所)가 되었다.

60~70년대 식량증산을 위해 만든 여느 못과 달리, 300여 년 전 조선 조 숙종 대에 착공하여 경종 원년 (1720~1721)에 완성하였고, “일장저수 유혜만인 (壹障貯水 流惠萬人) 불망천추 유일편갈 (不忘千秋 惟一片碣) 즉 둑을 쌓고 물을 막아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잊지 않도록 한 조각 돌을 세운다.”라는 비를 세운 마을 공동체의 산물이자,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2급 동물인 수달이 서식하는 이외, 둑길이 100, 너비50, 평균 수심이 7~8미터로 여느 못과 같은 작은 못으로 특이하다고 할 것이 없는 못이나,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이유는 물속에서 자라는 30여 그루의 오래된 왕버들이 주변 경관과 더불어 철마다 달리 만들어 내는 신비로움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나무들이 처음부터 물속에 자라는 것이 아니라 30여 년 전 저수량을 늘리기 위해 둑을 높인 결과이며, 종전에는 더 많았는데 물에 잠긴 후 일부 죽고 오히려 ‘부실한 나무(?)’만 남았다고 증언한다.

이 말은 왕버들이 비록 물을 좋아하는 나무라고 하더라도 장기간 호흡(呼吸)을 할 수 없으면 살아남을 수는 없다는 나무의 일반적인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현존하는 왕버들 역시 봄철 모내기 등으로 주민들이 못물을 다 빼 써서 바닥을 들어낼 때 잠간 동안이나마 스스로 뿌리를 튼튼하게 길렀기 때문에 살아 갈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짚어볼 때 주산지의 주인공인 왕버들을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계속 물 속에 방치 할 것이 아니라, 생명력이 왕성한 일정기간 즉 3월 ~5월은 일부러 물을 빼 뿌리를 튼튼하게 해 주어야 건강을 유지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크게 자랄 뿐만 아니라, 수명이 길어 오래살기 때문에 버드나무 중에서 으뜸이라 하여 왕버들로 불려진다.

출처 : 나무를 찾아서 나를 찾아서
글쓴이 : 심후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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