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글***/수상기

작은 정성 큰 보람

是夢 2006. 8. 18. 15:34
 

작은 정성 큰 보람


정 시 식


단풍이 금수강산을 수놓는 10월 26일. 대구 팔공산 자락에서 ‘수필문학 추천작가 동인지 발간 자축연’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받았다. 전국의 명망 있는 수필가의 모임에 공무원이 참석한다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현재의 직책이 그 자리에 참석할만한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라서 필요한 지원은 힘이 닿는데 까지 하겠으나 참석만은 시청의 간부를 모시도록 하라고 사양하였다. 그러나 수필문학 추천작가인 이진술 대구시 문우회 부회장은 시청 간부보다는 대구시 문우회 회장 자격으로 참서가여 달라는 간청에 못 이겨, 모임을 준비하는 부회장을 도와주는 길이라 생각되어 참석하기로 하였다.

마침 그 날이 토요 휴무일이라 조병준 형과 함께 새벽부터 서둘러 창녕 화왕산의 새로운 등산로를 찾아 억새꽃이 만들어 내는 빛이 조화를 감상하면서 성을 한바퀴 돌아 마목산성으로 하산하여 풍각에서 비슬산을 비켜 헐티재를 넘어 대구에 도착하니 몸단장하고도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9월 보름인가 보다. 능성재의 골짜기를 가득 채울 듯이 커다란 모습으로 갓바위 부처님의 부드러운 미소가 보일 듯이 은은하게 밝은 달님이 내 가슴으로 달려 들어두 시간여 시간을 두고 집을 나와 번잡한 시가지를 벗어나면서 오늘 내가 해야 할 환영인사를 머리 속에 정리하였다. 팔공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파군재를 지나 공산댐을 우회하여 미대재에 올라서니 경산 와촌에서 넘어오는 보름달이 능성재에 걸려 있다. 오늘이 음력 온다. 팔공산이 가진 새로운 아름다움의 이미지가 각인되는 순간이다. 팔공산 10경의 윗자리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그런 팔공산 야경이다.

미리 온 대구지방의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환담을 하는 동안 열차로 동대구역에 도착한 손님들을 모신 시청 버스가 와서 서로 반가운 인사를 하고 회의가 진행되었다.

동인회 김병탁 회장님의 인사에 이어 나의 환영사 차례가 되었다. 수필문학 추천작가의 동인지 자축연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동인지 발간을 축하한다는 의례적인 인사를 한 후 팔공산에 대한 내력을 간단히 소개를 하였다.

팔공산은 신라시대부터 중악(中岳)으로서 제천단을 두어 나라의 중요한 제사를 지낸 숭산이요, 6 25동란 때는 자유를 수호한 민족의 영산이묘, 원효가 불굴사 원효굴에서 득도를 하고 일연이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집필했으며, 지눌이 거조사에서 권수정혜결사문을 발표하여 불교의 개혁을 주창한 불교의 성지이며, 김유신 장군이 장군바위에서 수련하여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룩한 대구가 자랑하는 진산임을 간략하게 설명을 하였다.

그리고 오늘 미대재를 넘으면서 새로운 팔공산의 아름다움을 느낀 감회를 피력하였다.

“오늘 팔공산을 찾아주신 귀한 손님을 위해서 보름달이 여러분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팔공산의 만월이 갓바위 부처님의 자비를 여러분에게 베풀도록 삼라만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가슴 가득히 담아가셔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시기 바랍니다.”라는 요지의 환영인사를 끝맺었다.

한국 문인협회 수필분과 김병권 회장께서 “인정(人情)이 담긴 글을 쓰듯이 시민에게 정(情)을 심는 목민관”이 되어 달라는 뜻으로 ‘情詩植’이라는 필명을 지어 주어 소주 한잔을 권하고는 고맙게 받았다.

자리를 옮겨가면서 ‘한번 주인은 평생 주인’이라는 진도에서 오신 조영남 병원장, 여든에 접어든 원로 수필가 제옥례 님, 춘천서 자가운전을 해 오신 박수봉 님, 전남에서 현직 교장선생으로 계시는 분, 울산서 기업체를 경영하시는 이부열 대표이사, 인천서 한복점을 하시는 여류 수필가, 상주에서 평범한 주부로서 문학 활동을 하시는 분, 현직 교수, 월간지 수필문학회 이상보 회장 등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과 소주잔을 주고받으며 격의 없이 소탈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며칠이 지난 후 나는 두 개의 소포를 받았다. 하나는 상주에서 보내온 박순해 수필집 ‘그 산에 들국화’와 인천에서 한복점을 하신다는 맹명희씨가 이틀이나 걸려서 손수 예쁘게 만든 ‘쿠숀’이었다. 두 분 다 지난번 모임에 참석해 준 것에 대한 과분한 칭찬의 글을 동봉하여 보내왔다.

또 며칠이 지나니 이진술 부회장과 여류수필가인 전분남씨가 김영탁 회장의 감사패와 정분남 수필집 ‘살아 있는 수채화’를 가지고 사무실로 방문하였다. 너무나 뜻밖의 선물이었다.

나는 우리 대구를 찾아오신 분들에게 조그마한 정성을 베풀었는데 분에 넘치는 칭찬과 값진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속리산에서 개최한 중고등학교 동기회에 참석치 못한 미안함을 대신할 수 있는 마음의 위로도 되었다.

귀한 책과 손수 만든 선물, 감사패, 그리고 서툰 솜씨의 아무추어에게 주어진 필명, 이 모든 것이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조그마한 정성에 대한 너무나 큰 보람을 혼자 갖기에는 가슴이 너무 벅차 나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청우회지 1996년 11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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