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나무 순례***/아름다운 수피(樹皮)

[스크랩] 배롱나무/박상진교수

是夢 2006. 7. 10. 22:13
박상진 교수의 나무 이야기[46]
 배롱나무(20000808)
 
미장원서 갓 나온
파마머리 아줌마 마냥
고불고불 진분홍 꽃
커다랗게 뒤집어썼네 
 뙤약볕이 너무 진하여 햇빛에 잘 달구어진 푸른 나뭇잎마저도 늘어져 버리는 한 여름의 어느 날, 여름 꽃의 대명사 배롱나무 꽃은 비로소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배롱나무는 제멋대로 아무 곳에나 둥지를 틀지 않는다. 조용한 산사(山寺)의 앞마당이나 이름난 정자의 뒤뜰 등 품위 있는 길지(吉地)에 사람이 심어 주어야만 비로소 자라기 시작한다.

 진분홍빛 꽃이 가장 흔하고 연보라 꽃도 가끔 있으며 흰 꽃은 비교적 드물다. 가지의 끝마다 원뿔모양으로 마치 커다란 꽃 모자를 뒤집어 쓴 듯이 수많은 꽃이 핀다. 콩알만한 꽃봉오리가 나무의 크기에 따라 수백 수천 개씩 매달려 꽃필 차례를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살포시 꽃봉오리가 벌어지면서 6-7개의 꽃잎이 수평으로 뻗어 나오고 바글바글 볶아놓은 파마머리 마냥 온통 주름 투성이 꽃잎을 내민다. 이글거리는 여름 태양이 타고난 주름을 펴줄 것으로 기대하는 지도 모른다.

 배롱나무는 잠깐 피었다가 금세 져버리는 대부분의 꽃들과는 달리 여름에 시작하면 가을이 무르익어 갈 때까지 석 달 열흘도 넘게 핀다. 그래서 다른 이름은 백일홍(百日紅)이다. 멕시코 원산의 한해살이 백일홍과 구별하기 위하여 나무백일홍, 한자 쓰기 좋아하는 이들은 목(木)백일홍이라고 한다.

 과연 백일을 피어있는 것인가? 꽃 하나 하나가 백일을 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꽃들의 피고 짐이 계속되기 때문에 사람들 눈에 꼭 같은 꽃이 피어있다는 착각일 따름이다. 먼저 핀 꽃이 져버리면 여럿으로 갈라진 꽃대의 아래에서 위로 뭉게구름이 솟아오르듯이 계속 꽃이 피어 올라간다.

 원산지인 중국에서 처음 들어올 때는 연보라 빛 꽃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중국이름은 자미화(紫微花)이며 당나라 때 중서성(中書省)에 많이 심어놓아 양귀비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현종은 아예 자미성이라고 불렀다 한다. 최자의 보한집(補閑集)이나 강희안의 양화소록 등 우리의 옛 기록에도 역시 자미화이다.

 옛부터 선조 들이 즐겨 심어 왔으며, 오늘날도 꽃의 명성을 잃지 않는 곳이 여럿 있다. 소쇄원, 식영정 등 조선 문인들의 정자가 밀집해 있는 광주천의 옛 이름은 배롱나무 개울이라는 뜻의 자미탄(紫薇灘)이다. 그 외에도 고창 선운사, 다산초당과 이어진 강진의 백련사,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경주 서출지(書出池) 방죽의 배롱나무 등이 유명하다.

 배롱나무는 꽃이 오래 피는 특징말고도 껍질의 유별남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오래된 줄기의 표면은 연한 붉은 끼가 들어간 갈색이고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흰 얼룩무늬가 생겨 반질반질해 보인다. 다른 나무에서 볼 수 없는 배롱나무만의 특징이다.

 발바닥이나 겨드랑이의 맨살을 보면 간지럼을 먹히고 싶은 충동을 느끼듯이 배롱나무 줄기를 보고 중국사람들은 자미화 이외에, 파양수라 하여 간지럼에 부끄럽다고 몸을 비꼬는 모양과 비유하였다. 우리도 충청도 일부 지방에서는 '간지럼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껍질의 매끄러움에 나무타기의 명수인 원숭이도 떨어진다고 '원숭이 미끄럼 나무'로 이름을 붙였다.

<경북대 임산공학과.sjpark@knu.ac.kr>

출처 : 慶北中學校 42回 同窓會
글쓴이 : 松筵 鄭時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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