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글***/산행기

도깨비산행

是夢 2006. 6. 8. 09:49
 

도깨비 산행

 

鄭時植(대구시 서구 부구청장)

 

음력 11월 3일 저녁 7시경, 초생달도 뜨지 않은 캄캄한 앞산 마루턱. 후랫쉬를 든 두 사나이가 큰 골 쪽을 보면서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야밤중 산에 오르기는 처음인 모양이다. 40~50년을 대구에 살면서도 처음 보는 시가지의 찬란한 야경에 넋을 빼앗겼다. 모처럼 반짝거리는 별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 즐겨 보던 샛별이며 북두칠성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기도 한다. 청룡산의 육중한 모습이 동양화의 화폭처럼 아름다운 선을 그리면서 낯선 손님을 반기고 있다. 잎을 떨군 나목(裸木)들은 월동채비를 마치고는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청솔가지는 동장군의 위력쯤이야 상관없다는 듯 푸른 기개를 자랑하고 있다. 그때 팔대장승 같이 큰 키에 외눈을 번쩍이면서 한 사나이가 올라오고 있다. 기다리던 두 사나이는 깜짝 놀란다. 손에 든 전등이 저렇게 높으니 괴물이 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헤드램프를 번쩍이며 나타난 사나이는 임용대. 친구들 중에도 유별나게 키 큰 친구의 머리에 달린 헤드램프를 손전등으로 착각했으니, 키다리 도깨비로 알고 놀랄 만도 하다. 곧 이어 도깨비들이 줄줄이 도착한다. 권국현, 김영수(金瑛銖), 이상정, 이 홍, 장지국, 조병준. 도깨비에 놀란 두 사나이는 윤의웅, 우홍기.

  달비회의 윤 회장과 회원 한 사람, 용지회의 권 회장과 회원들이 왜 도깨비장난을 하면서 앞산에서 만났을까? 며칠 전 오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달비회와 용지회가 야간 산행를 하자는 필자의 농담 비슷한 제의에 무엇이든 지기 싫어하는 윤 회장이 성큼 받아들여서 이루어진 결과다. 다음주 화요일(11월 28일) 오후 7시, 초창기 42산악회가 오찬을 나누던 앞산 마루에서 만나기로 하고 회원이 적게 나오는 쪽에서 저녁을 사기로 내기를 걸었다.

  용지회의 총무인 필자는 회장의 허락도 없이 내기를 하였으니, 회장에게 승낙을 받아야 한다. 전화로 권국현 회장에게 사후 보고를 하니 쾌히 승낙을 하면서 본인도 참석하겠다는 다짐도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산행을 좋아하는 회원에게 참석을 권유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그것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지난 10월부터 도깨비 산행을 시작한 임용대, 장지국, 조병준과 필자가 있으니 기본은 확보되어 있고 회장과 참여의 뜻이 있는 몇몇 회원에게만 알리면 된다. 11월 넷째 주 42산악회의 삼천포 와룡산 산행에 달비회원들이 대거 불참하여 승부는 끝났다고 판단하였다. 달비회는 창립한지 5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한풀 꺾일 때도 되었으며, 탄생한지 1년 남짓한 용지회의 왕성한 결집력을 따를 수가 있겠는가! 하물며 용지봉의 우뚝 솟은 기상에 달비골이 어이 감히 도전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중에도 윤 회장은 육십을 바라보는 중늙은이들이 밤중에 산을 헤매는 짓이야 하겠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행여나 헛걸음치는 바보짓을 했다고 놀림이나 받지 않을까 하여, 약속 하루 전날까지도 여러 통로를 통하여 알아보는 수고로움을 하고 나서야 용지회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용지봉 도깨비는 5시 30분 큰 골 주차장에서, 달비골 도깨비는 5시 달비골 입구에서 모여 마루턱에서 만나기로 실행계획이 만들어졌다. 당일 필자는 집단민원에 발이 묶여 도깨비 산행에 참석치 못한다는 통보를 하고는 민원해결에 전념하였다. 민원의 실마리가 어느 정도 풀리면서 마음은 다시 도깨비들에게로 달린다. 산 속에 들어간 회원들은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다. 달비회 김영수(金永秀)에게 전화를 하니 소수 정예부대만 올려 보내고 자신은 환자인 김종대와 도중하차하여 「우리 밀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였단다.

  9시경 우리 밀 식당에서 용지봉 도깨비 여덟 마리는 달비골 도깨비 네 마리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고 거나하게 취했다. 모두들 모처럼의 도깨비 산행이라는 새로운 체험을 값지게 생각하면서 양 산악회가 한 달에 한번씩 앞산에서 도깨비 산행을 다짐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달비골 도깨비들이여! 여러분의 텃밭인 앞산 마루에서 용지봉 도깨비들과 만나 우리의 젊음을 되찾고 우정을 나누면서 즐겁게 건강하게 살아갑시다. 그리고 42회 도깨비들이여! 도깨비 산행에 모두 모두 동참합시다.


※도깨비 산행에 동참하고자 하는 42회 도깨비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5시 30분 앞산공원 관리사무소에 나오면 대구의 야경을 함께 즐기면서 우정을 돈독히 하고 건강도 지킬 수 있습니다.

    (연락전화 : 011-538-4219, 011-532-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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