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한국의 명목

안동 온계 종택 밤나무(2014. 09)

是夢 2014. 9. 5. 21:46

한국의 명목 | 안동 온계 종택 밤나무] 웅장한 노거수의 자태를 자랑하는 500년생 토종 밤나무

정직과 충성으로 일관해온 온계가의 위대한 역사 간직

안동시 도산서원 퇴계선생 종택에서 4km 상류로 가면 선생께서 태어난 태실(노송정)을 만나게 된다. 또 퇴계의 형 온계 이해 선생이 낙향해 기거하던 삼백당 종택은 바로 옆 지척지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종택 앞마당에는 둘레 5.5m, 수고 12m의 웅장한 노거수의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토종 산밤나무 한 그루가 있다. 비비 몸을 꼬아 용틀임으로 성장하며 오르다 약 3m 높이에서 두 가지로 갈라지며 왕성한 수세를 자랑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온계 종택 밤나무.
▲ 정직과 충성으로 일관해온 온계가의 역사를 간직한 채 의연한 모습으로 서 있는 온계 종택 밤나무.

6월 하순 초여름에 하얀 밤꽃을 솜털처럼 피어 장관을 이루고 또 늦은 가을에는 마당 안에 까칠한 껍질이 익어 터진 토종 밤송이가 즐비하게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개 재래종 토종 산밤은 조그마한 밤알을 한 톨만 잉태하고 양지바른 산기슭에서 자생하고 있다. 인가 가까이는 까칠한 밤송이 가시 때문에 식수하는 경우가 흔치않다. 그런데 누가? 왜? 종택에 토종 산밤나무를 심었을까?


온계 선생(1496-1550)은 퇴계 선생의 바로 위 친형이다. 동생보다 먼저 벼슬길에 올라 국가의 사정기관을 책임지는 대사헌(大司憲)과 대사간을 제수 받아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데 힘썼다. 이어 충청도와 황해도 관찰사, 한성부윤 등의 외직을 맡아 선정을 베풀고 1500년대 중엽 고향 도산면 온계리로 낙향했다.


노송정, 송당종택, 온계종택에서 바라보는 앞산의 지형은 지네 혈(穴) 자리라고 한다. 독이 있는 해충벌레인 지네는 가시 달린 밤송이를 기피하는 습성이 있어 토종 산밤나무를 심어 해충을 퇴치하는 비책(秘策)으로 삼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온계 선생의 직계 12대 후손인 이인화(李仁和) 선생은 일본침략군에 맞서 치열하게 항쟁한 의병장이었다. 일제는 그의 절개와 강직함이 두려워 1896년 종택 삼백당에 불을 질렀고 잿더미가 되었다. 이후 100여 년 허허벌판 잡초 속에 묻혀 있던 종택은 최근에 와서야 정부에서 원형복원을 했다.


그 병난과 화마의 재난에서도 노거수인 토종 밤나무는 굴하지 않고 우거진 숲속에서 밤나무 본연의 모습을 지키고 있었기에 안동시 보호수로 지정 받을 수 있었다. 정직과 충성으로 일관해 온 온계가(家)의 위대한 역사를 토종밤나무가 고스란히 간직하고 용틀임하며 비상하는 늠름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세세연년(歲歲年年) 종택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레 5.5m, 수고 12m의 웅장한 산밤나무 노거수
▲ 둘레 5.5m, 수고 12m의 웅장한 산밤나무 노거수는 기이하다 싶을 만큼 독특한 외모를 자랑한다.

찾아가는 길 | 안동시 도산면 온헤리 580-1 삼백당(온계종택)


문의 | 종손 이목 010-8704-3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