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나무 순례***/천연기념물 순례

안동 와룡면의 뚝향나무(천연기념물 314호)

是夢 2008. 12. 13. 08:29

안동 와룡면의 뚝향나무
천연기념물 314호 지정일 1982.11.04
경북 안동시 와룡면 주하리 634외 1필

옆 가지가 넉넉하게 펼쳐진 향나무의 사촌, 뚝향나무

안동에서 35번 도로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면 바로 청머리재란 고개다. 고개 넘어 중앙선 철로 밑을 지나 주 유소가 있고 '진성 이씨 종택' 입구라는 간판이 나온다. 좌회전하여 5km쯤 거리에 종택이 있고 나무는 그 앞마당에 자란다. 그러나 이 길은 2차선 아스콘(아스팔트)포장 한 곳이 부분적으로 있기는 하나, 차 한 대 가 비키기도 어려운 시멘트 농로가 대부분이다. 35번 도로를 도산서원 쪽으로 10km쯤 더 달려가면, 들어가 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이 곳은 진성 이씨가 오래 전에 터를 잡은 곳으로 주촌(周村), 이로촌(二老村)으로 부르다가 오랜 세월동 안 마을이 두루 편안하다고 하여 지금은 두루 마을이란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마을의 동남쪽 아늑 한 야산을 뒤로 두르고 작은 개천을 앞에 놓고 펼쳐진 고색창연한 여러 채의 기와집이 모인 곳이 바로 진 성 이씨의 종갓집이다. 고려 말 공민왕 때 홍건적의 난에 공을 세운 이자수 선생이 처음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건물은 여러 번의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며, 별당으로 지어진 정면 3칸, 측면 2칸의 경류정(慶流亭)이 진성 이씨 종택의 대표 건물이다. 성종 23년(1492)에 이연선생이 세웠다하며 퇴계 선생이 이름을 짓 고 액자를 달았다고 하여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경류정의 바로 앞에는 마치 널찍한 이불을 펼쳐 놓은 것 같은 뚝향나무 한 그루가 고가의 운치를 더욱 고풍 스럽게 한다. 둑이나 우물가 등 주로 수분이 많은 곳에 흔히 심은 이 나무는 자람의 모양새가 보통 향나무 와 전혀 다르다. 줄기가 비스듬하게 자라거나 여러 개의 줄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으며 키도 크지 않고 가지 도 비스듬히 뻗어, 위에서 내려다보아도 전체 모양이 편평한 것이 특징이다.

이 곳 뚝향나무는 줄기가 땅에서부터 꽈배기모양으로 꼬여서 올라가다가 1.3m 높이에서 여러 기괴한 모양 의 가지가 옆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사방으로 펼친 가지의 무게를 제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탓에 16개 의 쇠기둥을 세워서 나뭇가지를 받치고 있다. 나무 높이는 불과 3.2m, 가슴높이 둘레는 2.3m, 가지 뻗음은 동서 14.7m, 남북은 12.2m 정도이다. 따라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 밑의 넓이가 54평이나 된다. 여름날 마을 양반들의 담소 장소로도 일품이었을 테다.

이 나무는 조선 세종 때 영변판관으로 있던 이정 선생이 선산부사로 부임하여 올 때 가지고 온 3그루 향나 무 중의 하나라고 한다. 한 그루는 퇴계의 고향인 안동군 도산면 온혜동에 심고, 외손인 선산의 박씨에게 또 한 그루를 주었으며, 나머지 한 그루를 이곳에 심었다고 한다. 보통 흔한 향나무와는 달리 희귀수종인 이 뚝향나무를 어디서 어떻게 구하였는지가 궁금하다. 어쨌든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곳에 심은 두 그루는 없어져 버리고 이 곳만 살아남았다.

이정 선생이 선산부사로 부임하는 시기인 1430년경부터 계산하면 뚝향나무의 나이는 약 570살 정도가 된 다. 종갓집 앞마당에 자라면서 선조의 얼이 깃든 이 나무는 후손들로서야 당연히 정성껏 보살폈을 것임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몇 후손들의 이야기로는 이 나무에 대한 내력과 가꾸고 키워온 과정을 기록한 노송운 첩(老松韻帖)이라는 일종의 보호일지가 있다고 한다.

나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내용을 꼭 한번 훑어보고 싶으나, 최근에는 이 책의 행방을 아는 후손이 없 다. 더욱이 독립가옥으로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종갓집 서고에는 도적들이 들끓어 몇 년 전 관련 문헌 들을 모두 규장각에다 이관하여 버렸다는 것이다. 선조들의 흔치 않는 나무 키우기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