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글***/해외여행기

사진으로 보는 실크로드(2.천수로 가는 길)

是夢 2008. 12. 9. 22:44

사진으로 보는 실크로드(2.천수로 가는 길)

 

천수(天水)로 가는 길은 지옥길이었다

 서안에서 양릉 비림을 관람하고 현장법사가 천축국에서 가져온 불경을 보관하고 한문으로  번역한 자은사 대안탑을 뒤로하고 천수로 향했다.

오후 4시 서안 가이드 신매화양과 작별하고 감숙성 가이드인 박명선군이 탑승하여 우리들의 답사를 안내하였다.

서안에서 천수까지는 새로 건설한 고속도로의 일부를 이용하면 6시간후인 밤 10시경이면 도착한다고 한다. 4차선의 고속도로를 버스는 경쾌하게 달렸고 우리 일행들은 앞으로 나타날 새로운 풍경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소 마음이 들뜨고 흥겨웠다.

 2시간 가량 잘 달리던 버스가 좁은 2차선 도로로 들어 선다.

고속도로가 끝나고 국도와 연결하는 비포장 도로에 공사가 벌어져 혼잡한데다가 덩치 큰 화물차들이 꿈틀거리면서 거북이 걸음이다.

 

   1)길이 20m가 넘는 대형 화물차량이 과적을 한체 길을 막고 있다(2008. 10. 27 촬영) 

서안과 천수 사이에는 화물의 물동양이 엄청 많아서 2차선을 오가는 화물차가 꼬리를 물고 있어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속도를 따르지못하는 도로시설의 부족을 실감나게 한다.

가운데 황색차선 하나만 있고 길 양족의 갓차선도 없이 포장도로가 파인 곳, 울퉁불퉁한 곳, 

우리나라의 60년대 국도를 연상케하는 도로사정이다.

이렇게 열악한 도로를 달리는 대형 화물차는 과적으로 비켜가기가 힘들 정도로 겨우 기어가는 수준이다.

중국의 경제발전속도에 따르지 못하는 도로인프라의 표본이다.

 

                                       2)화물차량이 열차처럼 줄지어 양차선이 꼼작하지 않고 있다(2008. 11. 27 촬영)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얼마 가지 못해 양쪽 차선이 모두 막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무었때문인지 영문도 모르고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가이드에게 물어봐도 답답하기는 그도 마찬가지다.

가이드는 손님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의무를 다 하기 위해 어디까지 밀렸는지 알아보기 위해 앞으로 달려갔다가 와서는 끝도없이 밀렸다면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한다.

간혹 나타난 주민에게 물어도 오래전부터 밀리고 있다면서 자기들도 무었 때문인지 모른다고 한다.

그렇게 그렇게 조금씩 비켜나가다가 길가 상가 공지에 차를 대고 다시 진상조사(?)를 간 가이드가 가져온 소식은 예측한대로 덩치 큰 화물차가 길 가운데서 고장이나 퍼져있다는 것이다.

다 고칠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들은 호텔에 도착해 샤워를 할 시간에 길에 갇혀 이제는 체념이다.

저녁 예약도 취소하고 호텔 잠자리도 포기해야할 형편이다.

그렇게 암담한 심정으로 서로를 위로하면서 가지고 있는 간식을 나눠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차를 다 고쳤다는 낭보와 함께 차가 서서히 움지기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환호를 하면서 버스 잠자리는 면했다고 좋아했다.

얼마간 버스가 신나게 달리다가 다시 막혔다. 

진행하던 차로가 막혀 답답해 하던 승용차 한대가 길이 훤하게 뚤린 이쪽 차선으로 역주행하여 달려오는 통에 화물차들도 따라 들어온 것이다.

어디에나 얌체족은 있는 법이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 앞에는 화물트럭 한대가 앞서 있다.

앞선 화물차도 화물을 과적하여 좁은 길이나 커브길에서는 반대편 화물트럭과 비켜가기가 어려운데다가 우리 일행이 반대편 운전사의 양해를 받아 조금씩 길을 비켜나가던 것도 날이 깜깜해지니 기사들은 사고가 날까봐 아예 귀를 막고 운전석에 마련된 침대에 드러눕고 만다.

화물차의 기사들은 대개 젊은 기사들이며 그들의 운전실력은  앞으로 갈 줄은 아는데 일자 주차를 위해 뒤로 밀어넣는 실력은 우리 일행들이 일일이 핸들조작을 알려주어야만 하는 수준이니 어둠에서 차를 뒤로 움직일 생각을 포기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는 형편이다.

 

                              3)역주행해 우리가 가야할 차선을 막은 얌체족 승용차와 화물차들(2008. 10. 27 촬영)

밤 12시가 지났다.

우리 일행들도 체념하고 버스안에서 눈을 붙이기로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설상가상이라던가?

깊은 계곡의 10월 하순 날씨가 사늘하게 식어  추워지기 시작했으나 버스에는 히타가 들어오지않는다.

버스 기사가 운전석에서 잠든지는 오래다.

버스의 짐칸을 열어 트렁크에서 두꺼운 옷을 꺼내입고서도 싸늘한 종아리를 감출 수가 없었다.

  

  4)잠바를 뒤집어 쓰고 운전대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버스기사(2008. 10. 27 촬영)

6시 30분이 되어서야 희뿌연 여명이 시작되었으나 버스기사는 일어날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성질 급한 회원들이 내려가서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까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화물차의 운전기사들도 한밤중이다. 

차량이 20여시간 밀려도 답답해 하는 사람은 우리 일행들 뿐이다.

중국인들은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버스 운전기사를 깨워 빠져나갈 궁리를 해보자고 하니 "빠져나가면 뭘하나? 다음에 또 막힐텐데---" 하고는 태평스럽다.

중국인들의 만만디 정신을 실감케 한다. 

 

5)밤을 세운 기사들에게 커피 라면을 팔고 있는 동네 아주머니(2008. 10. 27 촬영)

날이 밝아지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마호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들고 커피랑 라면을 팔려는 중국인 특유의 장사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삶은 계란, 고구마 등 먹꺼리를 파는 사람들이 호객을 하는 것으로 봐서 이런 밀림이 자주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우리들도 고구마 한 바구니를 사서 허기를 면하고는 조회장의 진두지휘로 앞길을 막고 있는 차량을 옆으로 밀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6)도로변에 있는 농가에서 아침밥을 짓는 연기가 오르고 있다(2008. 10. 27 촬영)

역시 두두리는 자에게 문이 열리는 법이다.

8시부터 잠자는 기사들을 깨워 차와 차사이의 간격을 좁혀 우리 차선에 있는 차를 끼워 세우기를 1시간 남짓한 결과 앞길이 훤하게 트였다.

서안을 출발하여 20시간만에 천수에 입성하는 쾌재(?)를 부르게 된 기쁨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7)줄담배를 피우면서 말없이 밀린 차들을 구경하는 이웃 주민(2008. 10. 27 촬영)

뒤로 보이는 계단식 계간을 한 산은 마치 피라밑을 연상케 한다.

조회장의 결단으로 천수의 호텔에 들려서 아침먹고 샤워하겠다던 계획은 취소하고 맥적산 석굴로 직행하는 것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조금이나마 되찾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