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문화재위원
우리 농촌에선 아름드리 고목나무 한 그루가 마을의 역사를 대신한다.
대부분이 풍년과 안녕을 비는 신목(神木)이며 때로는 천년 넘게 민초들의 애환과 전설을 담고 있다. 이들은 천연기념물, 시·도 기념물, 보호수 등으로 등급이 매겨져 나라의 관리를 받는다. 약 1만4000여 그루가 등록돼 있지만, 미등록 나무까지 합치면 대체로 2만여 그루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이런 고목나무들이 과잉보호로 수난을 겪고 있다. 고목나무는 자연 조건에 잘 적응한 덕분에 살아남았으니 지금 자라는 상태 그대로가 가장 적합한 환경이다. 하지만 농어촌에 공공투자가 늘어나면서 '자람 환경'을 바꾸어 버리는 일이 잦아졌다.
수난의 첫째는 주위에 돌담을 쌓고 나무 밑동 주위를 흙으로 돋아 놓은 복토(覆土)이다. 때로는 시멘트나 아스콘으로 아예 포장해버린다. 숨쉬기를 담당하는 잔뿌리들은 땅속 한 뼘 남짓한 얕은 곳에 있으니, 결국 호흡곤란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제발 우리들에게 흙 이불을 덮지 마세요'라는 외침이 그대로 들리는 듯하다.
다음은 외과수술이란 이름으로 나무줄기의 썩은 구멍을 메워버리는 것이다. 오래된 나무줄기의 가운데는 원래 죽은 세포가 모여 있는 곳이므로, 조그만 상처만 생겨도 균이 들어가 썩어버린다. 나무는 이렇게 썩은 부분이 살아 있는 부분을 보호해 주는 기능을 선천적으로 잘 갖추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줄기의 썩은 구멍은 메우는 것보다 가만 두는 편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탈이 나는 법이다. 사람들의 과도한 손질과 과잉보호가 고목나무들의 삶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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