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백목련꽃. ② 붓 모양의 목련 겨울눈 모습. ③전남 진도 석교초등학교에 자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목련 고목.
왕은 기뻐하며 사람을 보내 목련으로 만든 키를 잡고, 계수나무로 만든 노를 저어 그들을 맞아들였다. 배에는 아유타국(阿踰陀國)의 허황옥 공주가 타고 있었다. 그가 김수로왕의 왕비가 된다. 원문의 ‘난요(蘭橈)’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다르나 단국대 김원중 교수는 ‘목련 키’로 번역했다. 목련이 꽃만이 아니라 목재로서도 귀중하게 쓰였음을 알 수 있는 자료다.
목련은 가야가 있던 남해안에서 제주도에 걸친 따뜻한 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30~40년 전까지만 해도 한라산에는 자연산 목련이 군데군데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깊은 숲 속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을 뿐이다.
목련(木蓮)은 연꽃처럼 생긴 꽃이 나무에 달린다는 뜻이다. 봄기운이 살짝 대지에 퍼져나갈 즈음, 6~9장의 꽃잎을 가진 주먹 크기의 새하얀 꽃이 가지 꼭대기마다 한 개씩 핀다. 수백 송이가 무리로 피는 모습은 하얀 꽃구름을 연상할 만큼 장관을 이룬다.
목련은 꽃을 피우기 위한 겨울 준비가 남다르다. 겨울눈은 크기나 모양이 영락없이 붓을 닮았고 겉에는 연한 갈색의 긴 털이 촘촘히 덮여 있다.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목련만의 특별한 고급외투다. 옛 이름은 목필화(木筆花)며 『동의보감』에는 목련의 꽃봉오리가 약간 맵다고 하여 신이(辛夷), 우리말로 붇곳(붓꽃)이라 했다.
꽃이 피기 전의 꽃봉오리를 따서 약재로 썼다. 효능은 ‘얼굴의 주근깨를 없애고 코가 막히거나 콧물이 흐르는 것을 낫게 한다. 얼굴의 부기를 내리게 하고 치통을 멎게 하며 눈을 밝게 한다’는 것이다.
광해군 6년(1614) 이수광이 편찬한 『지봉유설』 훼목부(卉木部)에는 ‘순천 선암사에 북향화(北向花)란 나무가 있는데 꽃은 보라색이며 반드시 북쪽을 향하여 핀다’고 했다. 오늘날의 자목련을 말하는데, 이외에도 목련 종류의 꽃봉오리는 대부분 북쪽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꽃봉오리의 아랫부분에 남쪽의 따뜻한 햇볕이 먼저 닿으면서 반대편보다 세포분열이 더 빨라져 끝이 북쪽을 향하게 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목련은 대부분 백목련이다. 우리 토종 목련을 잘 심지 않고, 중국 원산인 백목련이 오히려 더 많이 보급된 탓이다. 목련꽃은 꽃잎이 좁고 완전히 젖혀져서 활짝 핀다. 백목련은 꽃잎이 넓고 완전히 피어도 반쯤 벌어져 있으므로 둘을 구별할 수 있다.
자목련은 이름 그대로 보랏빛 꽃이며 목련이나 백목련보다 조금 늦게 핀다. 이외에 5월 말께 숲 속에서 잎이 나고 난 다음에 꽃이 피는 함박꽃나무(산목련)도 역시 목련의 가까운 형제다.
북한에서는 함박꽃나무를 목란(木蘭)이라 하며 국화로 지정해 극진히 대접한다. 전남 진도 석교초등학교 운동장 한편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토종 목련 한 그루가 자란다. 나이는 100년 정도며, 키 12m에 뿌리목 둘레가 거의 두 아름에 이른다. 땅 위 70㎝쯤에서 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졌고 부채꼴 모양으로 가지를 뻗어 나무 모양새가 아름답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