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새해가 밝았다. 15일 만에 집으로 돌아오니 많이 서먹서먹하다. 6박 7일 동안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 까지 올라 안나푸르나 산군의 만년설 연봉의 대 파노라마와 성산 마차푸츠레에 드리우는 아름다운 석양에 취하여 히말리야의 장엄함과 신비함의 두얼굴을 가슴 가득히 느끼고 담아왔다. 나머지 7일은 네팔을 보고 느끼는데 눈과 마음을 즐기고 왔다.
밀레니엄의 새 아침을 히말리아에서 맞아해 볼려고 1999년 세웠던 계획이 불발로 끝나 항상 마음속에 짠하게 남아 있었는데 작년 년말을 기하여 눈덮인 안나푸르나 연봉을 보고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를 계획했던것은 아니었다. 3박 4일 코스로 푼힐 전망대에서 히말리아 연봉들의 파노라마 일출 장면을 보고 올려고 계획 했다.
가기전에 동반자를 구한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렸더니 37세의 총각 한의사(최선생님) 한분이 연결되어 같이 가게된다. 등반도중 한의사 동반자는 내게 크게 도움이 되었다. 어쩌면 그 분을 만나 같이 동행하게 된게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공항에서 헤어지며 큰 고마운 인사도 드리지 못해서 미안하다. "최선생님 대단히 고마웠습니다."
12월 18일, 출발때 인천공항에서 최선생님을 만나 기다리는 동안 푼힐 정망대 보다는 트랙킹 일정이 6박 7일로 좀 길기는 하지만 ABC 코스가 더 좋다고 하며 ABC코스로 가자고 한다. 여러가지로 비교 검토하다가 잠정적으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카트만두에 도착한다. 우리는 비행기표(카트만두 1박과 아침 포함)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배낭여행식으로 다니기로 하였다.
카트만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서울에서 온 아가씨들은 ABC를 거쳐 다시 푼힐을 보고 따또빠니 까지 다녀 온단다. 그래서 최선생 한테 ABC로 가자며 확정했다. 남자가 오기가 있지... 역시 이 결정이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음이 그후 ABC에서 증명된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이동하여 입산 허가증(Permit)을 받느라 포카라에서 하루를 더 묵으며 침낭과 스틱을 빌리고 포터를 수배해 둔다. 포카라는 트랙킹의 시발점이다. 또 등산장비라면 뭐 든지 다 구할수가 있다. 또한 그 값도 상상을 초월하여 엄청 엄청 싸다. 그러니 한국에서 많은 짐을 준비해 올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갈려는 아마추어 트랙커들을 위해 다음에 꼭 한번 글로 남길가 한다.
카트만두나 포카라 등산용품점에 있는 옷들과 장비는 모두가 하나같이 "THE NORTH FACE"라는 마크가 수놓여 있다. 정망 노스 페이스를 유명하게 만드는곳이라 생각 든다. 한국 사람들 같이 명품 좋아하는 사람들이 비싼 돈 주고 사입고 온 진품 노스페이스도 이곳에만 오면 모두 짝퉁이 된다. 진품도 짝퉁, 짝퉁도 짝퉁.... 그러니 얼만나 억울하겠나...그런데 파는 짝퉁의 품질이 아주 쓸만하다. 네팔의 봉제 기술 수준을 높이 평가해도 좋을듯 하다.
원재료는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 온다. 고어텍스는 방수는 잘 되나 투습이 약하다. 가벼운 트래킹 등반 도중에 기능성 고어텍스 파카 입고 등산하는 사람 봤나??? 하나같이 쿨맥스 셔츠 차림이다. 아니면 반팔 T 셔츠 차림도 많다. 한국의 가을 날씨 같으니까... 그러니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이곳에서 많은 옷들을 사갖고 간다. 엄청 엄청 싸니까.....이 옷과 장비로 가벼운 등반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돌아올때 버려도 아깝지 않을만큼 싸다. 그런데 좋아서 갖고 돌아온다.
12월 21일 아침 07:30에 포터를 만나 08:00 출발하여 9시 나야플에 도착한다. 여기서 부터 트랙킹의 시발점이다. 30여분 지나니 비렌탄티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는다. 여기서 마오이스트(공산군)한테 또 입산료로 700루피를 낸다. 너무 비싸니 깎아 달라며 농담도 걸어본다.
그 후에 알았지만 중국 사람들은 무비자로 3개월간 입국가능하고 입산료는 반값이란다. 10, 11월이 가장 많은 트랙커들로 붐비는 계절이란다. 12월은 좀 추워서 트랙킹 오는 사람들이 적다고 하지만 그래도 꽤나 보인다. 한국 사람들은 년말 휴가 동안 오는 사람들이 많고 또 페케지로 트랙킹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트래커들은 하나같이 쌍쌍이다. 그들중 젊은이들은 포터도 쓰지 않고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는걸 종종 본다.
1시간 내지 두시간 정도만 걸으면 마을이 나오고 롯지(Lodge)를 만난다. 여기서 물도 채우고 차도 마시며 간식을 먹을수 있다. 그러니 물을 많이 갖고 갈 필요가 없다. 배고프면 언제나 사 먹을수 있다. 잠자는 롯지의 방 값이나 음식 값은 올라 갈수록 비싸고 맛이 없어진다. 포터들은 롯지에서 서빙도 해주며 밥과 잠자리를 무료로 제공 받는다. 우리들이 만난 포터들은 영어를 잘 한다. 네팔은 초등학교때 부터 네팔어와 영어를 가르킨다고 한다.
트랙킹중 만나는 네팔 사람들이나 트랙커들과는 언제나 "나마스떼"로 인사한다. 수많은 계단을 오르 내리는데 그 길로 짐을 운반하는 당나귀들도 만난다. 그러니 걸어가는 길위에 온통 소, 당나귀등 가축 똥으로 덮여있다. 2월 부터 바람이 불면 이 똥 먼지가 날려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단다.
네팔 사람들은 그 많은 짐을 지고도 숨소리도 내지않고 조용히 계단길을 잘도 올라 다닌다. 해발 2,000~3,000m 고지에 학교가 있다. 학생들은 높은 계단을 오르 내리며 다닌다. 시간이 바쁘면 그 길도 뛰어 다닌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 고등학교 까지 그 높은곳에 있다. 야외 수업하는 장면을 몇컷 담아왔다.
첫째날은 그런데로 걸어 간드룽에서 머문다. 여기도 고지대 언덕배기다. 군데 군데 계단식 논밭이 산언덕에 즐비하다. 다음 두쨋날 계단길을 또 오르고 내려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츠레가 훤히 올려다 보이는 촘롱에서 자고 다음 셋째날 시누와를 거쳐 히말리아 롯지로 간다. 촘롱에서 시누와 까지는 1시간 이상을 오르 내려야 하는 계단식 급경사 길들이다. 이 급경사 계단길을 나는 죽음의 계단길이라 이름지어 본다.
트랙킹 하며 삼일째 되는날 히말리아 롯지에서 머문다. 하루 트랙킹중 보통 오후 3~4시에 산행을 중지한다. 여기서 "안녕 하세요?"라며 인사하는 아가씨를 만난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학 41년 후배다. 그후 내려오며 46년 후배도 만난다. 동반자 한의사 최선생님이 "여기서 부터는 술을 마시지 마십시요" 한다. 이곳 부터 3,000m가 시작되니 주의 하잔다. 역시 한의사 선생님을 대동하고 트랙킹하니 건강도 보살펴 줘서 좋다. 데우랄리를 거쳐 마차푸츠레 베이스 캠프로 올라가며 속도를 많이 줄인다.
마차푸츠레 베이스 캠프(MBC)에 오니 한국에서 일했다는 까르 마구롱씨가 한국말로 반가운 인사를 건네준다. 점심을 시키니 김치도 준다. MBC에서 ABC까지는 해발 500m 고도차인데 2시간 걸린다고 한다. 무조건 천천히 걸어야 고산병을 피할수 있다고 하여 딸아이 시집 보낼때 웨딩마치에 발걸음 맞추듯이 천천히 걷는다. 3시간 만에 ABC(4,130m)에 도착한다. ABC에 도착하여 조금있으니 일몰이 시작된다. 만년설의 영봉들이 아름다운 석양의 황금빛으로 물들여 지고 그 장엄함과 신비함이 트랙커들의 마음속으로 감동으로 각인된다. 모두들 탄성을 지른다. 서서히 어둠이 닥아오며 ABC와 MBC는 검은 자태로 그 위용을 숨긴다.
각국에서 온 트랙커들이 버너로 따뜻하게 만든 식당에 모여 저녁먹고 각국의 노래를 부르며 크리스 마스 이브를 즐긴다. 밤바람이 찬(영하 14도) 밖앝에서 1시간 반 동안 마차푸츠레 영봉과 밤하늘의 별을 디카에 담아 본다. 영롱하게 무수히 반짝이는 별과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에 한동안 취해 추위도 잊는다. 우주쇼를 보는듯 하다. 감기에 걸려 밤중에 최선생님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모면한다.
넷쨋날, 12월 25일 크리스 마스 아침이다. 일출을 보려 6시 반에 밖앝에 나가니 영하의 날씨라 상당히 춥다. 6시 45분 부터 서서히 영봉들 머리위로 부터 햇살을 비춘다. 석양과 달리 해가 금방 떠 버려서 그런지 빨리 밝아온다. 구름도 한점 없으니 밋밋한 일출의 거대한 영봉만 우리들 앞에 우뚝 서 있다.
내려오며 MBC를 거쳐 Bamboo에서 닷세째 밤을 자고 촘롱에서 급경사로 내려다 보이는 지누에서 마지막 여섯째 밤을 잔다. 지누 근처 계곡에 있는 온천에서 따뜻한 온천욕을 즐긴다. New bridge와 Kyumi를 거쳐 Nayaple에 도착하니 12월 27일 오후 4시다. 6박 7일의 트랙킹의 끝이다. 내려오는 길이라 많이 쉽다. 끝점에 도착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하다.
그러나 이번 트랙킹에서 60대 중반의 늦은 나이지만 조금은 삶의 자신감을 얻은것 같아 한켠으로 뿌듯하다. 또 지금의 내 위치가 어디인지도 알듯 하고... 마지막 트랙킹을 끝낼때 7일간 고생해준 포터가 했던 말이 더욱 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자신감을 더해 준다. "지금 까지 짐을 져본 많은 트랙커들 중에서 빠빠가 가장 나이가 많아요..." 내가 자기 아버지 같다나.....
최선생, 마오이스트, 본인
출처 : 慶北中學校 42回 同窓會
글쓴이 : 桐谷 李邦魯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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