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습니까] ②조해녕 前 대구시장 | |
"앞에 앞산이 자리잡고, 신천이 옆으로 흘러서인지 이 곳의 공기는 도심보다 훨씬 맑은 것 같습니다. 매일 앞산에 등산을 다녀오고, 아내와 함께 신천을 산책하면서 정말로 살기좋은 곳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시장'이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조 전 시장은 요즘 삶의 여유(餘裕)를 즐기고 있다. 관선과 민선 대구시장을 모두 지낸 유일한 인물, 두 번에 걸친 장관 역임···. 35년 동안 전력으로 질주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범부(凡夫)의 삶에 익숙해지고 있는 조 전 시장의 모습은 그의 차림새 만큼이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곳은 없지만 조 전 시장의 하루 일과는 오전 5시부터 시작된다. 새벽 공기를 맞으며 그가 날마다 ‘출근 도장’을 찍는 곳은 앞산. 고산골 4약수터까지 다녀오는 데 2시간 정도가 걸린다. "등산을 하면서 체력이 좋아진 걸 실감하지요. 처음에는 4약수터까지 오르는 데 1시간 20분이 걸렸는데 요즘엔 50분으로 줄었습니다." 앞산을 오르면서 조 전 시장은 주민들과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덕담도 나눈다.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건네는 등산객들도 자주 만나는 편이며, 먼저 악수를 요청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 사는 재미를 등산에서 느낀다는 게 조 전 시장의 얘기다. 등산을 마치고 아파트로 돌아온 조 전 시장의 임무는 청소. 부인 김옥희 여사와 단 둘이 살다보니 청소는 자연스레 그의 몫이 됐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남편을 뒷바라지해온 김 여사는 조 전 시장과 함께 신천을 거닐고, 음악감상을 하면서 정겨운 시간을 갖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남편을 챙기느라 귀찮아 하는 것 같다."는 조 전 시장의 말에, 김 여사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집안 일을 많이 도와준다."며 오히려 남편 자랑이다. 바쁜 공직생활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조 전 시장은 시간이 많아진 요즘에는 책에 푹 파묻혀 살고 있다. 가톨릭 등 종교에 관한 책이나 사람에 대한 서적을 주로 읽고 있다. 대신에 방송과 신문을 보는 시간은 크게 줄었다. 9시 뉴스만 시청하고, 신문은 매일신문 등두 일간지를 읽고 있다는 것. 칼럼이나 사설은 빼놓지 않고 읽고 있다. 독서와 함께 조 전 시장이 요즘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것은 인터넷. 시장을 지낼 때 직접 인터넷으로 열차표 예약을 해 비서실 직원을 놀라게 한 적도 있는 그는 은행 볼일도 인터넷으로 해결하고, 친지나 지인들의 길·흉사 부조금도 인터넷 뱅킹으로 보낸다. 매일 찾는 인터넷 사이트는 삼성경제연구소(SERI) CEO 사이트와 한 경제지 홈페이지. "하루 3시간 정도를 인터넷에 할애하지요. 경제 문제와 세계의 트렌드를 살펴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조 전 시장은 "여러 곳에서 강연 요청이 오고 있지만 주변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대 개인 간에 경험을 전수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고,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사는 만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도 공부하고, 나도 공부하고...."란 그의 말에서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新又日新)이란 말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젊어서부터 사진에 취미를 가진 조 전 시장은 얼마전 부인의 생일엔 직접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올려 부인과 함께 보며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최근에는 10여 년이 넘은 차를 직접 운전, 부인을 비롯해 지인들과 함께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취재진을 위해 내놓은 복숭아도 조 전 시장이 직접 차를 몰고 부인과 함께 인근 백화점에서 사온 것이라고 했다. 퇴임 후 조 전 시장이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학교 동창이나 예술인, 경제인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공무원들은 가급적 거리를 두고 있다. 지난 6일 호텔 인터불고에서 열린 스웨덴 명예영사 취임식처럼 인연이 각별한 사람들이 요청하는 행사에만 참석하고 있다. 조 전 시장은 "우리가 물질적 성장만 추구하다 보니 민족이나 국가, 지역 공동체나 사람 서로 간에 대한 이해는 크게 부족했다."고 아쉬워 했다. "이제는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평소 강조한 대로 조만간 봉사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구자원봉사포럼이나 대구사랑봉사단 등을 통해 강연이나 이론이 아닌 직접 ‘몸으로 뛰는’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퇴임 후 하는 일이 별로 없는 사람이 인터뷰 대상이 될지 모르겠다."며 조 전 시장은 부인과 함께 아파트 마당까지 내려와 취재진을 배웅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60대 부부의 모습에서 양버즘나무와 같은 푸르름마저 느껴졌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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