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나무 순례***/아름다운 수피(樹皮)

모과나무/박상진 교수 나무 이야기

是夢 2006. 7. 19. 13:51
박상진 교수의 나무 이야기[74]
 모과나무(20001214)
 향기 좋제멋대로 울퉁불퉁
과일전 망신은 모과라고?
두고 두고 은은한 향
기침.설사 등 한약제료로
이래도 못생겼다고 구박인가
 모과란 나무에 달린 참외라는 뜻의 목과(木瓜)에서 온 것이다. 잘 익는 노오란 열매의 크기와 모양이 참외를 쏙 빼어 닮았기 때문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이 있다. 울퉁불퉁하게 생긴 열매의 모양을 요리조리 아무리 둘러보아도 역시 뭇 과일 중에 가장 못 생겼다. 그래서 흔히 사람의 생김새, 특히 남자를 두고 좀 제멋대로이면 모과 같다는 표현을 쓴다. 옛날 영아사망율이 두 자리 숫자에 맴돌던 시절, 우리 할머니들은 태어난 손자가 모과처럼 못생겨도 좋으니 제발 살기만 하여달라고 '울퉁불퉁 모개야, 아뭇다나 굵어라'고 자장가를 불러 주었다. 

 사람을 바깥모양만 가지고 평가할 수 없듯이 모과는 그 생김새와는 달리 은은한 향기가 매혹적일 뿐더러 귀중한 한약의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첫서리를 맞고 뼈만 남은 나뭇가지에 외롭게 매달린 모과를 몇 개 따다가 서재에라도 놓아두면 두고두고 그윽한 향기에 취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갑자기 토하고 설사하면서 배가 아픈 위장병에 좋으며 소화를 잘 시키고 설사 뒤에 오는 갈증을 멎게 한다. 또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다리와 무릎에 힘이 빠지는 것을 낫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민간약으로도 널리 쓰여 각기병, 급체, 기관지염, 토사, 폐결핵은 물론 기침을 심하게 하는 경우와 신경통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중국이 고향인 모과나무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재배되기 시작하였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동국이상국집에 보면 '스님이 금귤과 모과, 홍시를 손님들에게 대접하였다'는 내용이 있어서 적어도 고려 이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 같다. 실제로 심고 재배한 기록은, 세종10년(1428) '강화부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 있어 습도가 높아 초목의 성장이 다른 곳보다 나은 편이오니 모과 등의 각종 과일나무를 재배하도록 하소서'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한다.

 임금이 병들었을 때 약제로 사용하였다는 기록은 선조 때도 몇 번 있었으나 광해군원년(1608)의 기록은 흥미롭다. '나는 본시 담증(膽症)이 있어서 모과를 약으로 장복하고 있다. 그런데 충청도에서 쌀을 찧는다고 핑계를 대고 1개도 올려보내지 않았다고 하니 매우 놀라운 일이다. 속히 파발을 띄워 상납하도록 독촉하여서 제때에 쓸 수 있게 하라'는 내용이다. 임금이 잡숫는 모과를 떨어트려 직접 교지를 내린 것도 그렇고, 하필이면 멀리 충청도의 모과를 보내라고 독촉한 것도 이채롭다. 모과에는 Saponin, Flavonoid류, 비타민C, 사과산, 구연산등이 풍부하며 향기가 좋아서 모과차나 모과주로 애용되고 있다. 깨끗이 씻은 모과를 하룻밤쯤 그늘에 말린 다음 껍질 채 얇게 썰어서 모과 2개 분량에 소주 1ℓ 비율로 담가서 밀봉하여 2개월 정도 두면 된다.

 모과나무는 중부 이남에 주로 재배하고 있는 나무로서 키가 10여m에 달하기도 한다. 어린 가지에 털이 있으며 2년 생 가지는 자갈색의 윤기가 있다. 오래된 줄기는 껍질이 비늘조각으로 벗겨지면서 매끄럽고 윤기가 흘러 다른 나무와 구별되는 독특한 운치를 가지고 있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거의 침처럼 뾰족한 잔 톱니가 있으며 턱잎이 있으나 일찍 떨어져 버린다. 동전크기의 꽃은 늦봄에 연분홍색으로 피며 1개씩 가지 끝에 달린다.

<경북대 임산공학과 sjpark@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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