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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의 세 가지 보배스러운 나무

是夢 2017. 6. 16. 20:31

내소사의 세 가지 보배스러운 나무

 

내소사(來蘇寺)는 백제 무왕 34(633) 혜구 두타가 소래사(蘇來寺)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없어졌다가 꼭 1000년이 지난 조선조 인조 12(1663)에 창민선사가 다시 중창한 절이다.

 

학창시절에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에 와서 지은 절이라고 하여 내소사라는 이름을 지어 소정방을 기리는 점령군의 소행인 줄 알고 이 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한 적도 있었으나 이곳에 다녀가신 이들 모두 새롭게 소생하라는 심오한 뜻이라는 것을 알고는 내 잘못된 인식을 크게 부끄러워한 적이 있다.

 

부안을 가면 반드시 이 절에 들려 새롭게 태어나기를 소망하여 부처님에게 삼배를 올린다. 이 절을 찾는 이유는 어쩌면 또 다른 곳에 더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 가지 나무두 개의 흥미로운 전설에 마음이 끌려 수차례 내소사에 들렸다고 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절애 얽힌 전설에 관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내가 관심을 가지고 전국을 찾아다니는 나무 이야기부터 먼저 해보자.

 

일주문에서 피안교까지 600m의 전나무숲 길은 '전국의 아름다운 길 100'

선정된 명품 길이다.

 

능가산내소사라는 현판을 단 일주문을 지나면 길 양쪽으로 서로 큰 키를 자랑하면서 줄지어 서있는 전나무 숲이 장관이다. 이 전나무는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와 더불어 이름이 잘 알려진 명품 길이다. 건설교통부에서 시행하는 전국의 아름다운 길 100에 선정된 이 길의 주제는 단연 전나무이다.

내소사의 전나무 숲 조성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은 찾을 수가 없으나 이 절을 중창할 때 함께 조성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따라서 4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나무 길은 일주문에서 피안교(皮岸橋)까지 약 600m의 숲길을 이루고 있다. 마음의 먼지를 털고 부처의 세계로 가는 마음을 가다듬는 길이다.

전나무는 위로 곧게 자라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큰 키에 비해서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하는 천근성(淺根成)이라서 세찬 바람이 불면 서로 의지하여 넘어지지 않으려고 서로 모여 살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2012년 태풍 볼라벤이 이 지역을 강타하면서 30여 그루의 전나무가 넘어졌으며 10여 그루는 줄기가 꺾여서 마치 부러진 전봇대처럼 반 토막만 남은 전나무가 고사해 그 잔해를 남기고 있다.

 

1000년의 세월로 천수를 누린듯 하던 느티나무가 소생을 비는 산방 스님과 신도들의 지극한 정성으로

다시 소생하여 부채꼴의 아름다운 수형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전나무 길이 끝나는 피안교를 지나면 오래된 단풍나무와 벚나무가 천왕문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눈을 부라리고 서있는 사천왕에게 합장을 하고 산문에 들어서면 늙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부채꼴의 아늑한 수형을 하고 탐방객을 맞이 한다. 20여 년 전 이 나무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이가 1000년이라는 팻말을 보고 깜짝 놀라서 다시 나무를 찬찬히 살펴보니 윗가지는 말라 죽어 들어가고 있어 제 수명을 다하였다고 생각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1000년의 세월에도 줄기에는 상처 하나 없이 우람스러운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그 후 이 나무의 안위가 궁금하여 몇 차례 방문하였는데 10여 년 전부터 나무의 죽은 가지를 잘라내고 나무 주변을 말끔하게 단장하고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금줄도 쳐놓고 나무의 소생을 기원하는 오색 천으로 장식을 해서 산방 스님들과 신도들이 나무를 살리고자 하는 지극한 정성에 감사한 마음으로 나도 1000년의 수를 더 누리기를 빌었다.

그 덕분에 노거수는 다시 새로운 가지를 내어 느티나무 특유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새로이 단장을 하고 있어 환생의 기쁨을 이 절을 찾는 모든 분들과 함께 누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리수로 대접받고 있는 피나무.

피나무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 중의 하나로 보인다.

 

느티나무와 대웅전 사이에 키가 크고 수형이 아름다운 보리수 한 그루가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인도의 보리수와 비슷한 피나무를 경내에 심어 보리수나무라고 하면서 그 열매로 염주를 만들어 염불할 때 사용하는 소중한 나무로 귀하게 보호를 하고 있다. 내소사의 보리수로 대접받는 피나무는 절에서 표기한 안내판에 의하면 수령 300년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수고측정기와 줄자로 재어보니 수고 17.4m에 가슴높이둘레가 2.5m에 달하여 국내에서는 가장 굵은 나무로 보인다. 수형도 헌칠하게 자라 늠름한 모습으로 느티나무와 더불어 소담스러운 대웅보전을 보위하고 있다.

 

보리수 꽃이 활짝 피어서 그윽한 향기를 따라 벌과 나비가 몰려와

꿀을 따는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준다.(2017. 6. 14)

 

지금 피나무 꽃이 만개하여 벌과 나비가 향기 따라 몰려와서 꿀을 따느라 분주한 소리가 낯선 방문객의 귀를 즐겁게 해 준다.

 

나무정보

       위치 :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 내소사 경내

      전나무 : 나이 약 400, 나무높이 20m 내외, 가슴높이 둘레 1.7m 내외

      느티나무 : 나이 1000, 나무높이 10.4m, 뿌리부근둘레 10m,

                          가슴높이둘레 6.7m

      보리수(피나무) : 나이 300, 나무높이 17.4m, 가슴높이둘레 2.5m

 

 

전설 하나

대웅보전은 못을 쓰지 않고 나무토막을 깎아 끼워 맞춰 세운 것으로 그 공력과 기술에는 탄복할 수밖에 없다. 전설에 따르면 청민선사가 절을 중건할 때 대웅전을 지을 목수가 3년 동안이나 나무를 토막 내어 다듬기만 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사미승이 장난기가 발동하여 그중 나무 토막 한 개를 감추었다. 나무 깎기를 마치고 토막 수를 세어본 목수는 토막하나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공덕이 법당을 짓기에는 부족하다면서 포기하려고 했다. 이때 사미승이 자신이 감추었던 나무토막을 내놓았지만 목수는 부정 탄 재목은 쓸 수 없다 하여 끝내 그 나무토막을 쓰지 않고 법당을 완성했다.

그래서 대웅보전 기둥 위의 공포가 다섯 개인데 오른쪽 어느 기둥 위의 공포가 한 개 비어있다.

내소사를 방문하면 대웅전을 참배한 후 비어있는 공포를 찾아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

 

전설 둘

또 법당 내부를 장식한 단청에도 전설 한 자락이 전해져 오고 있다.

법당 건물이 완성된 후 한 화공이 찾아와서 단청을 하겠다고 자청하면서 ‘100일 동안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부탁했다.

99일째 되는 날, 이번에도 장난기 많은 사미동자가 궁금증을 못이기고 몰래 들여다보고 말았다. 법당 안에서는 금빛 새 한 마리가 붓을 물고 날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다가 사미승이 보는 것을 알고는 그냥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법당 좌우에 쌍으로 그려졌어야 할 용과 선녀 그림이 오른쪽에는 그려지지 못했다고 한다.

미완성 된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 못 그린 그림이 용인지 선녀인지 찾아보는 것도 내소사를 찾는 재미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