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글***/조사

고 정문표 형을 애도함

是夢 2006. 11. 14. 20:09
 

고 정문표 형을 애도함


아! 슬프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소식을 듣다니---

만물이 새봄을 준비하는 2월 21일 오후,

형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부음을 듣고는 망연자실해 어찌할 바 몰랐소.


황망 중에 파티마병원 장례예식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형을 추모하기 위해 경향각지에서 찾아온 수많은 조문객의 조문을 받은 유족과 친지들이 아직도 잔설이 흩날리는 현대공원묘지 유택에 형을 남겨둔 심정이 어떠하겠습니까?


30여년을 즐거운 일이나 슬픈 일이나 함께 나누고 서로 위로하면서 형과 함께 살아온 청우회 회원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앞이 캄캄하여 형을 애도하는 마음 더욱 간절합니다.


월배면 대천동 들판 외딴 기와집에서 태어나 월배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그 해 졸업생 중 유일하게 경북중학교에 입학하여 주위 사람들의 칭송을 받은 수재였으며, 경북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2․28민주의거에 동참하여 이 나라 민주화 운동의 대열에 앞장섰으며, 경북대학교 농과대학 수의학과를 졸업한 후, 사업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일념으로 대구산업의 주종이었던 섬유산업에 뜻을 두고 동산동 실 가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만 냉혹한 사회는 형을 순탄하게 받아드리지 않고 사업을 다시 배우게 하는 시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형은 이러한 시련에 굴하지 않고 재기의 힘을 쌓아 프랑스로부터 세이부 주방기구를 수입하여 ‘압력밥솥’으로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우리나라 방문판매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압력밥솥의 효능이 월등할 뿐만 아니라, 형의 사업가로서의 뛰어난 점은 방문판매망을 구축하면서 A/S가 정확하여 전국의 주부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사실을 우리 청우회 부녀회원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과묵한 형의 성격은 사업에 대한 욕심만은 남달라 한호직물을 창업하여 섬유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였으며, 원적외선 발열체인 다이유진을 수입하여 국민건강증진에도 기여하였으며, 구룡포에 있는 양어장을 인수받아 ‘世富水産’을 창업하여 초기에는 경험부족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으나 심해수 유입공사와 차광막공사 등 형의 독특한 뚝심과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로 이들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이제는 많은 수익을 올리도록 반석위에 올려놓고는 그 영광도 누려보지 못한 채 이 땅을 어쩌면 그렇게도 훌쩍 버리십니까?


저와는 10여년을 가든 하이츠에 이웃해 살면서 남달리 정을 주고받아 친구들을 위해 뒤에서 늘 보이지 않게 봉사하는 형을 존경해 왔습니다.

2001년 2월 4일, 폭설로 설국이 된 한라산을 형 부부와 함께 등반한 일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등산이라고는 처음이라면서 과감하게 한라산을, 그것도 겨울 한라에 도전한 그 배포가 형이 살아온 험난한 길을 이겨낸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변덕심한 한라산의 기후가 아름다운 조화를 일으켜 우리를 포근하게 반겨준 음덕이 형의 후덕함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웃으면서 늘 반갑게 맞이해 주는 친구, 말을 더듬으면서도 유모어와 위트가 넘쳐 만나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친구, 어려운 골프 부킹을 언제나 마다하지 않고 도맡아 하는 친구, 술과는 담을 쌓았으면서도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끝까지 지키면서 술주정을 들어주고는 뒤치다꺼리 까지 깨끗하게 하던 친구가 형의 대명사였었는데, 이제 그런 형의 모습을 어디에서 본단 말인가요?

프로기사에게 지도대국을 받으면서 연마한 바둑실력은 어떻게 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장에서 갈고 딱은, 그렇게도 좋아하던 골프 라운딩은  어찌하고 혼자서 훌쩍 떠나버렸습니까?


퇴근길이면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저녁을 하는 애처가의 모습은 우리 회원에게 가정을 소중하게 하라는 뜻으로 받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두 아들 성욱이와 성윤이를 잘 길러 세계인으로 교육시킨 형의 혜안을 존경하며 두 아들의 성장과 진로를 우리 회원들은 지켜보며 보살피겠습니다.

형이 병실에서 그 토록 보고 싶어 기다리던 장손자 세인이를 안아보고서야 자리에 누웠던 자손에 대한 집념을 이제는 우리 회원들이 이어받아 손자와 손녀가 무럭무럭 잘 자라도록 성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아! 애통하다! 아직 형의 할 일이 태산 같거늘!

신 방지 여사와의 정리가 아직도 한없이 남았거늘!

두 아들의 성공하는 모습과 손자 손녀가 방긋방긋 재롱 피우는 모습을 즐겨야 하거늘 이렇게 일찍 세상을 하직하다니 우리의 덕이 부족함인가, 형의 명운이 그 뿐이었던가?

그러나 생자필멸 회자정리(生子必滅 會者定離)라 하였거늘 유명을 달리한 형을 불러보고 한탄한들 어찌 하겠습니까? 우리 회원들은 형을 보내는 슬픔을 딛고 형의 못다 한 뜻을 받들어 친구 간에 우애롭고 화평한 가정을 이루어 청우회의 화묵을 다지고 나라발전에 이바지 하겠습니다.

형이 사랑하는 유족들을 우리에게 맡기고, 부디 파란만장했던 무거운 짐을 벗으시고 평안히  잠드소서!

청우회원은 삼가 두 손 모아 형의 명복과 영생을 빌면서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엎드려 기원합니다.


2006년 3월

정시식 삼가 형의 영전에 엎드려 애도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