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나무 순례***

겨울나무 산책1/임고서원 은행나무

是夢 2021. 1. 31. 00:27

겨울나무 산책 1/임고서원 은행나무

임고서원의 수문장 은행나무(경상북도 기념물 63호)

 

잎을 다 내려놓고 혹한에 대비하고 있는 나무의 모습을 담아 보고자 카메라 가방을 메고 찾아간 곳은 영천시 임고서원과 임고초등학교였다.

고려 충신 정몽주 선생을 배향하고 있는 임고서원에는 500년 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수문장처럼 서원을 지키고 있다.

임고서원은 1553(명종 8) 임고면 고천동 부래산에 창건하였으나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으며, 1603(선조 36)에 현재의 자리인 양항리에 중건하였다. 은행나무는 본래 임고서원이 부래산에 있을 당시 그곳에 있었던 것을 옮겨 심었다고 하니 임고서원 창건을 기념하여 심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으며, 따라서 나무의 나이는 500살로 볼 수 있다.

은행나무는 노란 단풍마저 내려놓고 30m의 거구를 알몸으로 찬 바람을 맞고 있다. 500년 동안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 위한 시련의 과정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동장군과 씨름하여 결국은 희망의 잎을 피워 내는 인고의 승리를 올해도 보여주리라!

장정 세 사람이 안아도 모자라는 거의 6m에 달하는 줄기에 비해 하늘을 향해 뻗은 가지는 단조로우면서도 간결하여 인간의 소망을 하늘에 전달하고 하늘의 순리를 인간에게 내리는 메신저의 역할에 충실해 보인다.

하늘과 인간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은행나무

 

모든 생물은 자신의 대를 이어갈 자손 번식에 최선의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다. 곤충이나 새를 불러들이기 위해 향기 나 화려한 색상으로 치장하고 꿀을 만들어 제공하는 대가로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로 옮겨 수정하는 전략을 택하는 충매화가 있다. 그런가 하면 소나무나 은행나무와 같이 곤충이나 조류의 신세를 지지 않고 바람에 의존하는 식물도 많이 있다. 이를 풍매화라고 한다. 바람에 의존하는 수정의 방법은 곤충이나 새에 의존하는 것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엄청 많은 꽃가루를 만들어야 한다. 그 대신 곤충이나 새를 유혹할 향기나 아름다운 색상 그리고 꿀을 만드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 풍매화의 많은 꽃가루를 만드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 곤충을 유혹하는 전략을 채택한 충매화가 더 진화된 방법이라고 한다.

식물이 열매를 맺으면 그것으로 자손 번식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동물이 새끼를 낳으면 자립할 때까지 어미나 아비가 먹이를 주고 다른 적으로부터 보호해 주어야 한다. 식물도 열매가 익으면 이 열매가 싹을 틔워 대를 이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바람을 이용하는 민들레, 동물의 털에 붙어 이동하는 도꼬마리, 열매의 과육을 새나 동물에게 제공하고 씨앗은 소화기를 통과하는 동안 발아하기 좋은 상태로 발효되어 배설로 나와 이동하는 식물이 있다.

모든 식물은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동물이나 바람이나 물을 이용하는 매개체가 있다.

은행나무와 소나무

 

이렇게 거대한 은행나무는 어떻게 번식하고 있을까? 은행은 암나무와 수나무가 다른 자웅이주(雌雄異株)이며 바람에 의해서 수정하는 풍매화(風媒花)이다. 그리고 은행나무 스스로가 열매를 이동시키는 전략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나무가 25천만 년 전 고생대에 출현하여 중생대 전반에 걸쳐 번성하였다. 극지방을 제외한 북반부 전역과 남반부 일원에서 서식하던 은행나무는 유럽에서는 170~270만 년 전, 그리고 북미에서는 700~1000만 년 전에 사라져 동아시아 지역으로 축소되었으며 종도 Gingko종 한 종만 남게 되었다.

은행나무가 사라진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지구의 기후변화로 인해서 은행나무의 열매를 옮겨주던 매개 동물이 멸종된 원인이 크다고 한다. 중생대까지만 해도 은행나무의 열매를 퍼트리던 매개 동물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러한 매개 동물이 사라지면서 은행나무도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양자강 상류에서 생존한 은행나무는 유교 문화와 불교문화의 흐름을 타고 한반도로 들어와서 다시 일본 열도로 건너갔다. 대항해시대에 유럽으로 건너간 은행나무는 다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영토를 넓혔으니 이는 오직 사람에 의해서 삶의 터전을 세계로 뻗어 나간 은행나무의 탁월한 생존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마도 장기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대마금(對馬琴)의 은행나무

 

중국의 양자강 상류에 있는 텐문산(天目山)에서 자생하는 은행나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답사하고 싶은 생각은 간절한데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종식되어야만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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